日경제산업상 "수출 '규제' 아닌 '관리' 표현 써라" 언론에 압력

입력 2019-07-25 10:48   수정 2019-07-25 13:53

日경제산업상 "수출 '규제' 아닌 '관리' 표현 써라" 언론에 압력
NHK·요미우리, '규제'에서 '관리'로 슬그머니 바꿔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문제를 놓고 한일 양국이 격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일본 주무부처 장관이 이 조치의 성격을 '규제'가 아닌 '관리'라고 강변하며 자국 언론에 특정 용어 사용을 사실상 강요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장관)은 24일 낮 경제산업성 청사 현관에서 일본 공영방송인 NHK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다.
NHK 취재진은 한국을 '백색 국가'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한국 정부 의견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세코 장관의 견해를 물었다.
이에 세코 장관은 "정밀 검토 중"이라고 말한 뒤 이번 사태를 특징 짓는 NHK의 용어 사용을 문제 삼았다.
세코 장관은 "NHK는 '수출규제'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고 이번 조치의 정확한 표현으로 전문가들도 사용하는 '수출관리'를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세코 장관 본인이 자신의 트위터에 NHK 취재진에게 요구한 내용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세코 장관은 이 트위터 글 말미에 "(앞으로 NHK) 보도에서 (수출관리라는 표현이) 사용될까"라고 적었다.



세코 장관의 이 글에는 수많은 댓글이 붙었다.
댓글은 "NHK가 아직도 수출규제라는 표현을 쓴다"라거나 "그 표현(수출관리)을 쓰지 않으면 즉각 해체해야 한다"는 등 NHK를 공격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특히 "(일본) 국민으로부터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 자격이 없다"는 등 NHK가 가장 아파할 만한 내용의 글이 적지 않았다.
이런 소동이 있고 나서 NHK는 실제로 '수출규제' 표현을 '수출관리'로 슬그머니 바꾸어 보도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수출관리 체제의 재검토'라는 일본 정부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언론이 사안의 성격을 판단해 그것에 맞게 골라 쓴 용어를 다른 용어로 바꾸도록 정부 책임자가 압력을 넣은 격"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일본의 6대 신문 매체 가운데 이날 현재 아사히, 마이니치, 니혼게이자이, 도쿄 등 4개 신문은 여전히 '수출규제'로 표현하고 있다.
'수출규제'로 써오던 요미우리신문은 '수출관리'로 표현을 바꿨다.
극우 성향인 산케이신문은 애초부터 '수출관리'란 용어를 주로 써왔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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