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녀보다 5살 많은 여성 만나 25년 함께한 아내와 이혼소송
보수당 공보담당 역임한 환경운동가…"환경오염·여성인권에 영향 미칠 것"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보리스 존슨(55) 전 영국 외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제77대 영국 총리에 공식 취임하자 총리 관저인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의 안주인이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존슨 신임 총리가 지난해부터 자신보다 24살 어린 보좌관 출신의 캐리 시먼즈(31)와 만나면서 25년간 결혼생활을 한 두 번째 아내와 이혼 절차를 밟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다우닝 10번지에 여자친구와 들어가는 첫 총리라는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화려한 여성 편력을 자랑하는 존슨 총리의 연애사는 최근 들어 더욱 관심을 끌며 연일 타블로이드지를 장식 중이다.
존슨 총리는 변호사인 두 번째 아내 마리나 휠러와 네 자녀를 뒀지만 시먼즈와 만나면서 지난해부터 아내와 별거 중이다. 이혼 절차를 밟고 있지만 아직은 엄연히 혼인 상태인 가운데 존슨 총리는 집을 나와 런던 남부 캠버웰에 있는 시먼즈의 아파트에서 동거 중이다.
시먼즈는 존슨 총리의 장녀보다 불과 5살 많다.
장녀가 지난해 한 파티에서 친구들에게 자신의 아버지를 "이기적인 나쁜 자식"이라고 비난하며 아버지가 시먼즈와 외도했다고 말한 사실이 보도되는 등 사생활을 파헤치는 보도가 이어졌다.
자녀 중 일부는 아버지가 총리가 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런 스캔들 속에 지난달 존슨 총리와 시먼즈의 집에서 한밤중에 고성이 오갔다는 이웃 주민들의 신고에 경찰이 출동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대중의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이웃들이 경찰이 도착하기 전 휴대전화로 녹음한 두 사람의 다툼을 들어보면 시먼즈는 "내 집에서 나가라", "나한테서 떨어져"라고 소리 지르는가 하면 존슨 총리가 소파에 와인을 쏟았다고 비난한다. 또 존슨 총리는 시먼즈에게 자신의 휴대용 컴퓨터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음성도 들린다고 가디언지는 전했다.
이 사건으로 시먼즈에 세간의 시선이 집중됐으나 시먼즈는 '총리 여자친구'라는 꼬리표 없이도 직업적으로 인정받는 여성이라는 것이 안팎의 평가다.
시먼즈는 한 해 등록금이 2만1천파운드(한화 3천91만원)에 이르는 사립 학교를 거쳐 워윅대에서 역사학과 연극학을 전공했다.
이후 유력 정치인들의 보좌관을 거쳐 보수당 공보담당자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환경보호단체 '오세아나'에서 일하고 있다.
시먼즈는 트위터에 스스로를 '플라스틱 오염을 위해 투쟁하는 환경보호론자'라고 소개했다. 또 최근 트윗은 동물 복지와 지속가능성에 관한 것들이다.
지인들은 시먼즈가 언론에서 그려지듯 인스타그램에 휴가 사진이나 올리는 생각 없는 금발 여성이 아닌, 환경과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만만찮은 활동가라고 입을 모았다.
존슨 총리가 시먼즈와 함께 관저에 들어간다면 영국 역사상 첫 '퍼스트 걸프렌드'인 만큼 안주인으로서 시먼즈가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도 미지수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와 달리 영국은 총리 배우자의 임무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도 않다. 일반적으로 총리의 배우자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편은 아니나 외향적이었던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남편 필립 메이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아내 서맨사 캐머런은 이런 공식을 깼다.
시먼즈의 측근들은 그가 존슨 총리의 정책 수립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겠지만 환경오염이나 여성의 권익 신장 같은 본인의 관심사에 대해선 다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존슨 총리가 관저에서 한 첫 연설에서 동물 복지 향상을 언급한 것도 시먼즈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영국 더 타임스의 해석이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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