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법률 적용한 재판으로 볼 수 없어"…작년 위헌 결정과 취지 엇갈려 논란
헌재 "위헌결정 전 확정판결에 소급효 없어"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민주화운동 관련 피해자가 법에 따라 보상을 받았더라도 정신적 피해는 여전히 배상받을 수 있다는 헌재 결정이 지난해 내려졌지만, 이 결정 전에 패소가 확정됐다면 구제받을 수 없다는 헌재 판단이 다시 나왔다.
지난해 헌재 결정은 민주화운동 관련 피해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위로받을 수 있는 길을 넓혀주는 취지였는데, 이번 결정은 그 취지와 방향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헌법재판소는 25일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유죄를 확정받은 과거사 피해자 A씨가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기각한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A씨는 2013년 국가배상 청구를 했지만, 법원은 A씨가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생활지원금 1천162만원을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2018년 7월 패소가 확정되자 이 재판을 취소해달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민주화보상법은 이 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기로 피해자가 동의한 경우, 자신의 피해에 대해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간주한다. 화해가 성립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과를 지니므로 피해자는 더 이상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관련해 헌재는 지난해 8월 30일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 등에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정신적 손해에 대해 적절한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신적 손해에 관한 국가배상 청구권마저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라며 위헌 결정했다.
A씨가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는 헌재의 작년 8월 30일 결정이 나오기 전에 민주화보상법과 관련한 패소 판결을 확정받은 사람에 대해서도 해당 재판을 취소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헌재는 "(작년 8월 30일)위헌결정 이전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은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해 효력을 상실한 법률조항을 적용한 재판이 아니어서 헌법소원 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법원의 재판에 해당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은 해당 재판이 위헌인 법률을 적용한 경우에만 가능한데, 헌재의 위헌 결정이 있기 전에 해당 법률조항을 적용한 재판은 위헌 법률을 적용한 재판이 아니라는 취지다.
반면 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법원이 위헌성이 있는 법률조항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될 여지를 없애버린 것으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부정의 결과가 발생했다"며 위헌 의견을 냈지만 위헌정족수(6명)에 미치지 못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을 두고 작년 8월 30일 결정이 나온 지 불과 11개월 만에 유사한 사안에 대해 반대 취지의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헌재는 "헌재 결정 이전에 이미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된 이상 위헌결정의 소급효가 확정된 재판에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이 법률조항을 적용한 재판이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해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한 재판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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