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모임, 건강보험 차별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서 주장
(서울=연합뉴스) 김종량 기자 = "월 소득이 200만원도 안 되는 이주민 5인 가족에게 45만원이 넘는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중국 동포 A씨 사례)"
25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10층 회의실에서 '이주민 건강보험제도 차별 폐지를 위한 모임'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런 사례를 제시하며 이주민이 일반 국민과 비교해 건강보험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 국민은 세대주와 동일 세대로 인정되는 범위가 직계존비속, 미혼인 형제자매,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존속 등으로 폭이 넓지만 이주민은 세대주의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만 동일 세대원으로 인정해 차별하고 있다"고 했다.
또 건강보험 지역가입 시 일반 국민은 소득과 재산에 따라 보험료가 산정·부과되지만, 이주민은 본인의 소득과 재산에 따라 산정된 보험료와 전년도 가구당 평균보험료(2019년 기준 113,050원) 중 높은 금액으로 보험료가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중국 동포 A씨는 아버지와 성년인 자녀 2명을 세대원으로 인정받지 못해 보험료 청구서 4장을 받았다. 결국 1인당 11만3천50원씩 45만원의 보험료를 내야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7일부터 국내에 6개월 이상 머무는 외국인은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보험료를 미납할 경우 체류 기간 연장에 불이익을 주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외국인 건강보험제도를 전면 시행했다.
정부는 건강보험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줄어들고, 내국인과의 형평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선택가입 제도 아래에서 일부 외국인은 고액의 진료가 필요하면 건강보험에 가입해 적은 보험료로 비싼 치료를 받은 뒤 출국하는 도덕적 해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일반 국민과 비교해 이주민에게 차별적인 요소가 많다는 것이 김 위원의 지적이다.
보험료 경감·면제와 체납 조치에서도 차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섬·벽지·농어촌 거주자, 65세 이상 노인, 등록 장애인, 실직자, 그밖에 생활이 어려운 우리 국민에게는 보험료를 경감해 주고, 소득과 재산이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미성년자는 보험료 납부를 면제해 주고 있지만, 이주민의 경우 이 같은 보험료 경감 및 면제 기준이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국민은 보험료 체납 횟수가 6회 미만이거나, 공단으로부터 분할납부 승인을 받고 보험료를 1회 이상 내면 보험급여를 해 주지만 이주민의 경우 체납한 보험료를 완납할 때까지 보험급여를 중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서 중국동포지원센터 박옥선 대표와 고려인지원단체 (사)너머 김진영 사무국장,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 조주연 사무국장이 각각 중국 동포, 고려인 동포, 난민 가족들의 보험료 폭탄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진행된 종합토론에서 참석자들은 "현행 이주민 건강보험제도는 이주민 개인에게도 불합리한 차별이지만 국내에서 가족 단위로 체류하는 동포와 난민들에게는 생계와 체류를 위협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며 외국인에게 차별적인 보험제도의 폐지를 위해 공동대응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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