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탄도미사일' 신속규정…北에 경고메시지 보내며 대화 압박(종합)

입력 2019-07-25 22:32  

靑 '탄도미사일' 신속규정…北에 경고메시지 보내며 대화 압박(종합)
비핵화 실행조치·제재완화 병행 거론 시점에 '찬물'
대화 동력 약화 우려 속 靑 "일관되게 평화구축 노력한다"
한미 정보당국, 신속 판단…한미공조 통한 엄중대처 의지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청와대가 25일 오전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를 '새로운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신속히 규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의 종류와 제원, 그에 따른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상임위원들은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가 새로운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분석하고 향후 한미간 정밀평가를 통해 최종 판단하기로 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청와대의 분석대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면 이는 9·19 남북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에 해당된다.
지난 2017년 12월에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이나 핵실험, 또는 그 어떤 도발을 사용하는 추가 발사를 해서는 안된다는 결정을 재확인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실 청와대는 지난 5월 북한이 연달아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을 때만 해도 '탄도'라고 표현하는 것을 꺼리는 기류였다. 사정거리가 짧은 단거리 미사일은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심각하게 다루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간 대화를 모색하던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탄도'로 규정하고 제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쉽지 않았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지금도 당시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를 '탄도'로 공식 규정하고 있지 않다.
미국은 당시 북한의 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규정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다 하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라고 언급하며 사실상의 '면죄부'를 준 바 있다.
이번에 청와대가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를 신속히 '탄도'라고 규정한 것은 한미 군 당국의 기술적 분석능력이 향상된 측면과 함께 최근 한반도 정세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문제 삼아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사실상 거부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을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발신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더이상의 도발로 긴장 조성에 나서지 말고 조속히 대화테이블로 나오라는 압박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비핵화 실행조치와 제재 완화의 맞교환 문제가 협상 카드로서 거론되는 시점에서 나온 점이 청와대로서는 상당히 우려스러운 대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연합뉴스 및 세계 6대 통신사와의 합동 서면인터뷰에서 '영변 핵시설 전부의 검증 하 완전 폐기'와 '제재의 부분·단계적 완화'라는 비핵화 해법을 제시했다.
북한의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통해 그 상응조치의 하나로 대북 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함으로써 완전한 비핵화를 추동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한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안보리 결의 위반 소지가 있는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이런 구상은 착수도 하기 전에 제동이 걸린 형국이다.
청와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강력하게 규탄하면서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위한 노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안보리 결의 위반 여부는 안보리가 할 것이므로 우리는 예단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일관되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도발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비핵화 '촉진역' 구상이 다시금 암초에 맞닥뜨린 형국이 됐다.
특히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에 따른 한일 관계는 악화할 대로 악화된데다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 진입 등으로 중·러와의 관계 역시 불편해지면서 외교적 운신의 폭이 작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한미간 공동 대응을 고리로 북한을 조속히 대화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발사체 첫 발사가 이뤄진 지 13시간 40여분 만인 오후 7시 14분께 발사체의 성격을 신속히 규정한 점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정보 당국 간 분석을 기반으로 NSC 상임위에서 발사체의 성격을 탄도미사일로 결론 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북한의 명확한 도발에 대해 한미 공조를 토대로 엄중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일 관계 악화로 한미일 3각 공조의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한미 공조는 굳건히 유지될 것이라는 메시지도 담았다고 할 수 있다.


kj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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