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미 상원 정보위원회가 로버트 뮬러 전 특별검사의 의회 증언 하루만인 25일 2016 대선 러시아 개입에 대한 자체 조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공화-민주 양당의 초당적 합의로 지난 2년간 자체 조사를 벌여온 정보위는 보고서에서 "러시아 정부가 최소한 2014년부터 2017년에 걸쳐 주(州)와 지역 수준에서 미국의 선거 인프라를 상대로 한 광범위한 활동을 지시했다"고 결론지었다.
정보위 보고서는 2016년 대선 기간 미국 50개 주 전역의 선거 시스템이 러시아의 표적(target)이었으나 대부분 주와 연방 관리들에 의해 탐지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보위가 리처드 버 위원장(공화, 노스캐롤라이나)과 마크 워너 부위원장(민주, 버지니아) 주도로 지난 2년여에 걸쳐 마련한 67쪽 분량의 보고서는 그러나 정보당국의 요청으로 '2020 대선을 위한 교훈' 부분을 대폭 삭제한 채 공개됐다.
정보위 보고서 공개는 22개월간에 걸쳐 러시아의 대선 개입과 대통령의 사법 방해 의혹을 조사해온 뮬러 전 특검이 의회에서 증언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것이다.
앞서 일리노이와 애리조나와 같은 지역에서 벌어진 러시아 정보기관의 해킹 내용은 상당 부분 알려진 바 있으나 정보위 보고서는 러시아 측 개입 활동이 연방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이뤄졌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미국 정보기관이나 주 당국을 직접 비판하지는 않았으나 러시아 노력에 대한 과소평가와 이로 인한 주 당국에 대한 느슨한 경고, 주 관리들의 미흡한 대응 등 연쇄적인 정보 실패를 지적했다.
보고서는 유권자 등록 데이터베이스 보안 등과 같은 선거 인프라의 취약성에 대한 관리들의 주의를 환기할 것과 아울러 의회가 각주에 선거 보안을 확보하기 위한 자금 지원을 고려할 것을 건의했다.
버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2016년의 경우 미국은 정부의 모든 수준에서 우리의 선거 인프라에 대한 외부 적들의 결연한 공조 공격에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국토안보부와 주 및 지역 선거 관리들이 지난 3년간 정보공유와 취약점 보완 면에서 간격을 줄이는데 많은 발전을 이뤄왔다고 평가했다.
버 위원장은 "아직 많은 일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정보위는 이날 보고서 공개에 이어 정보계의 평가와 러시아 개입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 소셜미디어를 통한 역정보 공작, 그리고 대선전 트럼프 선거캠프와 러시아 간에 '공조'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 결과를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
보고서는 이밖에 선거 관리에 있어 연방기관들이 주의 법적 관할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각기 자체적인 사이버보안의 한계를 깨달아 적절한 시기와 방법을 통해 지원을 확보할 방안을 터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뮬러 전 특검도 앞서 의회 증언을 통해 '자신의 재임 기간 민주주의에 대한 수많은 도전을 목격했으며 러시아 정부의 선거 개입은 이중 가장 심각한 것들 가운데 하나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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