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 측 직원 해고…원작자 "일부러 사용했을 것"…판매 티셔츠 동나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 무대 뒤에 버젓이 등장한 '가짜' 대통령 문장(紋章)이 논란이 되자 주최 측이 "온라인 검색 중 벌어진 실수"라고 해명했다고 CNN방송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주최한 보수주의 청년단체 '터닝포인트 USA'(TPUSA)는 영상팀 직원이 "구글에서 급하게 고화질 문장 이미지를 찾다가 위조된 문장임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면서 이후 해당 직원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혀 악의적인 의도는 없었으며, 백악관이나 대통령 또는 의전팀에 무례를 범하려던 것도 아니다"라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이 단체가 주최하는 학생대표자회의에서 1천500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연설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의미가 담긴 '가짜 문장'이 90초간 여과 없이 대통령 등 뒤로 노출됐고, 이튿날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로 사건이 알려졌다.
'가짜 문장'에는 머리 둘 달린 독수리가 돈다발과 골프채를 움켜쥐고 있으며, 'E PLURIBUS UNUM'(다수로부터 하나로)라는 라틴어 대신 '45는 꼭두각시다'라는 뜻의 스페인어 글귀가 적혀있다.
과거 동로마 제국의 상징이자 러시아의 문장으로도 쓰이는 머리 둘 달린 독수리는 트럼프 대통령 측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와 결탁했다는 혐의를 가리킨다.
또 독수리가 화살과 올리브 가지 대신 돈다발과 골프채를 움켜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골프 취미를, 스페인어로 쓰인 문장은 미국 45대 대통령인 트럼프의 이민자 정책을 꼬집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WP는 분석했다.
문제의 '가짜 문장'을 제작한 미국의 그래픽 디자이너 찰스 리조트(46)는 WP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후 이를 비판하기 위해 '가짜 문장'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리조트는 "(가짜 문장은) 내가 만든 것 중 가장 사소한 것"이라면서 자신의 디자인이 몇 년 후 이렇게 큰 논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행사 주최 측의 해명을 믿을 수 없다며 "(해당 직원은) 일부러 이미지를 찾아내 의도적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리조트의 웹사이트에 올라온 '가짜 문장' 티셔츠는 모두 동난 상태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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