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美IT기업 디지털세 부과 결정에 보복 예고…佛와인 겨냥
佛대통령실 "마크롱, 트럼프와 통화…디지털세 도입 필요성 강조"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하채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국의 거대 IT(정보기술) 업체들에 대해 프랑스가 디지털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과 관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어리석다고 비난하며 '상응 조처'를 예고했다.
프랑스의 대표 상품인 와인에 보복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프랑스는 우리의 위대한 미국 기술 기업들에 디지털 세금을 부과한다"며 "만약 누구든지 그들에게 세금을 부과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고국인 미국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마크롱의 어리석음에 대해 상당한 상호적(reciprocal) 조치를 곧 발표할 것"이라며 "나는 항상 미국 와인이 프랑스 와인보다 좋다고 말해왔다"고 했다.
앞서 프랑스 상원은 11일 연수익 7억5천만 유로(9천900억원 상당) 이상이면서 프랑스 내에서 2천500만 유로(330억원 상당) 이상의 수익을 내는 글로벌 IT 기업에 대해 이들이 프랑스에서 벌어들인 연간 총매출의 3%를 디지털세로 부과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디지털세 부과 대상은 미국, 중국, 독일, 스페인, 영국, 프랑스 등지의 IT 대기업 30여개다.
특히 미국의 'IT 공룡'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주요 표적이 됐다.
이에 미국은 프랑스의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관세 보복을 경고해왔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불공정 무역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프랑스의 조치를 조사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관련, AF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의 기술기업 세금을 어리석다고 비난하면서 프랑스 와인에 대한 관세를 암시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가 미국산 와인에 관세를 많이 부과한다고 불평하면서 이에 관해 조치할 것이라는 입장을 앞서 여러 번 밝혔다.
지난달 10일 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는 "프랑스는 와인에 대해 우리에게 (관세를) 많이 부과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프랑스 와인에 대해 거의 물리지 않는다"면서 "그것은 공정하지 않다. 우리는 이에 관해 뭔가 조치를 할 것이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도 프랑스 와인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더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프랑스 와인에 세금을 매길 것인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럴지도 모른다"며, "(대상은) 와인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것일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관계가 좋으며 마크롱 대통령과 막 통화했다고 덧붙이면서도 "프랑스는 그렇게(디지털세 부과 결정) 하지 말았어야 했다. 프랑스는 미국을 이용하는 데 익숙하지만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은 안 된다"고 압박을 가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나는 늘 미국 와인이 프랑스 와인보다 더 낫더라. 와인을 마시지는 않지만 그냥 미국 와인의 외양이 좋다"고 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양국 정상이 이날 전화 통화로 디지털세 등을 논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디지털 서비스 기업 과세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논의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엘리제궁 발표를 인용해 27일(파리 현지시간) 전했다.
엘리제궁은 "마크롱 대통령은 다음 달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국제적으로 단일한 디지털세를 도입하는 데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디지털세가 양국의 이해에 부합하며, 양국이 디지털세에 관한 광범위한 국제적 합의를 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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