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렸지만 기업은 투자축소…집값 상승 기대는↑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정수연 기자 =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내린 데 이어 연내에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하면서 금리 인하가 경기 부양엔 별 도움을 주지 못한 채 집값만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8일 한은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달 금리인하를 시사하며 정책 방향을 선회한 무렵부터 집값 상승 기대와 주택매수심리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가격 선행지표로 알려진 한은의 이번 달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06으로 한 달 전보다 9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9·13 부동산 종합대책이 나온 직후인 지난해 10월(11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주택매수심리를 나타내는 KB주택시장동향의 매수우위지수도 서울이 80.2(22일 기준)로 한 주 전보다 1.8포인트 올랐다. 이 지수는 5월만 해도 40선에 머물렀으나 지난달 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달 12일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적절한 대응'을 언급하며 금리인하 가능성을 처음 시사했다. 금융시장에선 금리인하 기대감을 반영해 시중금리가 일찌감치 떨어졌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하면 통상 부동산 등 실물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한은의 정책 전환이 집값 상승심리를 키우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하지만 집값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강력한 대출 규제와 부동산 규제를 시행하고 있어 시중에 풀린 돈이 쉽게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동성이 풀리면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정부가 규제로 부동산가격을 틀어막고 있어 실제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일부 지역의 경우 대출이 필요 없는 자산가들이 몰려 가격상승이 나타날 수 있지만, 강력한 부동산 대출 규제 탓에 금리인하가 대대적인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금리인하에 따라 추가로 풀리는 시중 자금이 부동산 외에는 달리 갈 곳을 마땅히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부동자금의 규모는 5월 말 기준으로 1천조원 언저리까지 불어난 상태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너무나 불확실해 시중에 유동성이 많은데도 기업들은 오히려 투자를 축소하고 있다.
실제로 전기 대비 1.1% 성장한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중 정부 부문의 성장기여도가 1.3%포인트였고, 민간 부분의 성장기여도는 수출·투자 부진으로 마이너스(-0.2%포인트)를 나타냈다.
기업의 실적 전망이 어둡다 보니 주식시장으로도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자금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들어 평균 24조6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26조6천억원)보다 2조원 적었다.
현재로선 정부가 단호한 정책 의지로 집값을 부여잡고 있지만 만에 하나 갈 곳을 못 찾은 시중의 부동자금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쏠릴 경우 금리인하는 역효과만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협 국회 의정연수원 교수는 "정부의 정책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로선 금리인하가 부동산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연구·개발이나 설비투자에 쓰여야 할 돈들이 이 시점에서 만약 부동산으로 흘러가 집값을 올린다면 경제가 굉장히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도 정부의 실효성 있는 금융·부동산 규제를 전제로 금리를 내린 만큼 향후 주택가격이 다시 급등하고 그와 더불어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다시 빨라질 경우 추가 금리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 총재도 23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금융안정에 대한 정부의 정책 의지가 강하고 실물경기가 미약한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 시장도 (자금 쏠림 현상이) 어느 정도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단정할 수 없으니 주의해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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