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트럼프' 선봉 커밍스 겨냥, 지역구 볼티모어도 폄훼 "역겹고 쥐 들끓어"
펠로시 "인종차별적 발언" 비난, 공화당 출신 메릴랜드 주지사 측도 반발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이민 정책과 국경 지역 이민자 처우를 앞장서 비판해온 민주당의 흑인 중진인 엘리자 커밍스(메릴랜드)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장을 향해 "잔인한 불량배(brutal bully)라고 공격해 인종차별 논란을 또다시 부채질했다.
또 커밍스 위원장의 지역구인 볼티모어에 대해 "어떤 사람도 살고 싶어하지 않는 미국에서 최악의 지역"이라고 혹평해, 민주당 소속인 볼티모어 시장은 물론 공화당 소속인 메릴랜드 주지사 진영의 반발도 초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커밍스 하원의원은 남부 국경의 상태에 관해 국경경비대의 위대한 남녀 대원에게 고함치고 소리를 지르는 잔인한 불량배였다"며 "실제로 그의 볼티모어 지역은 훨씬 더 나쁘고 더 위험하다. 그의 지역은 미국에서 최악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의회에서 입증됐듯이 국경은 깨끗하고 효율적이며 잘 운영되고 있다. 단지 매우 붐빈다"며 "커밍스의 지역은 역겹고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라고 했다.
또 "그가 볼티모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면 이 매우 위험하고 더러운 곳을 청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커밍스의 감독개혁위는 지난주 케빈 매컬리넌 국토안보부 장관대행을 청문회로 불러 멕시코 국경 이민자 수용시설이 과밀 상태에서 비위생적으로 운영되고 아동과 부모가 분리되는 등 열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매컬리넌 대행은 이에 반박하면서 수용시설을 둘러볼 수 있도록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어느 곳 중에서도 최악으로 운영되고 가장 위험한 곳으로 여겨지는 커밍스의 지역으로 왜 그렇게 많은 돈이 보내지는가"라며 "어떤 사람도 거기에 살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이 돈은 모두 어디로 가는 것인가? 얼마나 많이 도둑맞았나? 이 부패한 난장판을 즉시 조사하라"고 공세를 폈다.
민주당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인종차별주의자적 공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펠로시 의장은 트위터에서 "커밍스는 시민의 권리와 경제 정의를 위한 의회 및 국가의 챔피언이자 볼티모어에서 사랑받는 지도자, 그리고 깊이 존경받는 동료"라며 "우리는 모두 그에 대한 인종차별주의적 공격을 거부하고 그의 변함없는 리더십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캘리포니아주에 지역구가 있지만 볼티모어에서 태어났다.
커밍스 위원장도 트윗을 통해 "나는 매일 나의 지역구 집으로 간다"며 "매일 아침, 나는 일어나 이웃을 위해 싸운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부에 대해 감시하는 것은 나의 헌법적 의무다. 유권자들을 위해 싸우는 것은 나의 도덕적 의무"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 소속인 버나드 영 볼티모어 시장도 트윗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해롭고 위험하다"며 "전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관련,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론자"인 커밍스 위원장을 상대로 공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커밍스 위원장은 남쪽 국경 수용시설의 이민자 아동 처우와 관련, '정부 주도의 아동 학대'가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을 비롯한 고위 보좌진이 공무에 개인 이메일 등 비공식 수단을 쓴 의혹에 대한 하원 조사를 이끌면서 최근 백악관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감독개혁위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가 시절 분식회계·재무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특히 커밍스 위원장이 흑인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2주 전 민주당의 유색인종 여성 하원의원 4명에게 "원래 나라로 가라"고 주장한 데 이어 또다시 인종차별 논란을 가열시킬 조짐이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른 아프리카계 미국인 의원을 공격했다"고 전했다.
커밍스 의원의 지역구(메릴랜드 7선거구)는 인구의 약 52%가 흑인이고 36%가 백인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또 2010년 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메릴랜드주는 당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주(州)로, 가구당 평균 소득은 6만9천272달러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당시 미국 전체 가구당 평균 소득은 4만9천445달러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공화당 소속인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의 대변인 마이클 리시는 이메일을 통해 "볼티모어는 진정한 우리 주의 심장부이다. 정치인 사이의 더 많은 공격은 우리를 어느 곳으로도 이끌지 못할 것"이라고 볼티모어와 주민을 옹호했다.
역시 공화당 소속인 보이드 러더퍼드 부지사도 트위터에서 "나는 커밍스 의원과 상당한 정책적 차이를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신의 비판이 그 지역에 사는 많은 선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향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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