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선거 야권후보 등록 거부 반발…지난주 이어 대규모 집회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김서영 기자 =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27일(현지시간) 공정선거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2주 연속 열린 가운데 당국의 강경 대응으로 참가자 다수가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허가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위 참가자 약 3천500명 중 1천74명을 각종 위반 사항으로 체포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찰이 해산에 불응하는 시위대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시위대 일부가 코가 부러지거나 머리를 다치는 등의 상처를 입었다.
경찰은 또 시위 현장을 유튜브로 생중계하던 TV 스튜디오를 급습해 관계자를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약 3천500명의 시위대가 '트베르스카야' 거리를 비롯한 모스크바 시내 중심가와 시청 청사 주변에서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선거 당국이 오는 9월 열리는 시의회 선거에 유력 야권 인사들의 후보 등록을 '요건 미비'로 대거 거부한 데 대해 항의했다.
앞서 모스크바시 당국은 이번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시민들의 시위 참가 자제를 촉구하는 한편 불법 시위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었다.
경찰은 시위대가 모일 것으로 예상된 시내 중심가에 집중적으로 배치됐고, 시청 청사 주변을 철저히 봉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시민이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에 동참했다.
시위대는 '이곳은 우리의 도시다', '수치다', '우리는 자유 선거를 원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이날 시위에 앞서 후보 등록이 거부된 야권 운동가 일리야 야신, 반부패재단 변호사 류보피 소볼 등 여러 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자택과 사무실 수색을 당했다.
시위를 주도한 대표적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역시 지난 24일 30일간의 구류 처분을 받았다.
모스크바에서는 일주일 전에도 2만2천여명(경찰 추산 1만2천명)의 시민들이 모여 공정선거를 촉구하는 근년 들어 유례없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의 권력에 도전하기에는 아직 작은 규모지만, 점점 더 많은 러시아인이 정치적 좌절감을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며 최근 모스크바에서 벌어진 시위를 평가했다.
앞서 러시아 선거 당국은 오는 9월 8일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를 앞두고 "야권 후보들이 제출한 유권자 서명이 가짜이거나 사망자의 서명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들의 후보 등록을 거부해 논란을 빚었다.
러시아 선거법에 따르면 중앙 의회에 진출한 4개 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를 제외한 모든 무소속 후보는 시의회 선거 후보 등록을 위해 선거구 유권자 3%(약 5천명) 이상의 지지 서명을 받아야 한다.
야권은 선거 당국이 모스크바 시의회에 야권 인사들의 진출을 막고, 친크렘린계 정당의 주도권을 잃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야권 후보의 등록을 거부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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