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선紙 신랄 사설…볼티모어 출신 CNN앵커 10초간 말 못 잇다 '울컥'
비서실장 대행 "인종 무관" 해명…2017년 野흑인중진 루이스 공격과도 유사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인종차별 논란을 또다시 부채질한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틀째 민주당 흑인 중진 엘리자 커밍스 하원의원에 대한 트윗 공격을 이어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이 커밍스 의원에 국한되지 않고 흑인 비율이 60%인 볼티모어 등 그의 지역구까지 아우르자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윗을 통해 "사실(facts)은 말보다 훨씬 힘이 있다! 민주당은 늘 '인종 카드'를 꺼내드는데 우리나라의 위대한 흑인들을 위해 하는 건 사실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커밍스는 크게 실패했다"면서 "커밍스가 지역구와 볼티모어시에서 엉망이었다는 분명한 사실을 꺼내오는 데 잘못된 게 없다고 누가 낸시 펠로시(하원의장)에게 설명 좀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커밍스를 '잔인한 불량배'라고 공격하면서 "커밍스의 지역은 역겹고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다. (볼티모어는) 누구도 살고 싶어하지 않는 미국 최악의 지역"이라며 논란을 자초했다.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장인 커밍스는 1996년부터 고향인 메릴랜드 볼티모어의 절반 이상이 포함된 지역구의 하원의원으로 일해왔다. 지역구 유권자는 흑인이 약 60%, 백인이 약 35%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에 정치권은 물론 볼티모어 등 커밍스 지역구에서도 강한 비판이 줄지어 쏟아졌다.
1837년 창간된 지역지 '볼티모어선'은 전날 '쥐 몇마리 있는 게 쥐가 되는 것보다 낫다'는 신랄한 제목의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쥐에 비유하며 "백악관을 접수한 이들 중 가장 부정직한 자"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대통령에게 볼티모어가 포함된 (커밍스의) 지역구가 미국의 일부임을 상기시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CNN앵커 빅터 블랙웰은 관련 보도를 전하다가 10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 격해진 감정을 억누르느라 떨리는 목소리로 "대통령은 누가 거기 사는 줄 알고 있느냐. 나다. 태어나서 대학에 갈 때까지 살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많은 사람이 여전히 거기 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기 도전과제들이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다들 자신의 커뮤니티를 자랑스러워한다. 그들도 미국인이다"라고 일침을 놨다.
볼티모어 출신이자 흑인인 에이프릴 라이언 CNN 기자도 이날 관련 보도를 전하는 생방송 중 "잠시 기자의 모자는 벗어두고 말하겠다. 볼티모어는 이 나라의 일부다. 내가 볼티모어고 우리 모두가 볼티모어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인종차별 공격을 한 민주당 유색 여성 하원의원 4인방 중 한 명인 라시다 틀라입은 이날 CNN방송에 출연, "우리의 대통령은 증오 어젠다를 갖고 있다. 정책 어젠다는 없다"고 날을 세웠다.
대선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미국의 도시와, 미국인을 공격하는 미국의 대통령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고 맹공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 "대통령은 국경 지역 상황에 대한 커밍스의 거짓말에 대항해 자신을 방어한 것 뿐"이라며 "인종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커밍스 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은 민주당 유색 여성 하원의원 4인방에 대한 최근의 인종차별적 공격은 물론 2017년 1월 민주당 존 루이스 하원의원에 대한 공격과도 유사하다고 미 언론은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존 루이스 의원은 끔찍한 모습으로 허물어지는 지역구를 바로잡는 데 시간을 더 써야 할 것"이라는 트윗을 올린 바 있다. 루이스 의원은 1987년부터 조지아주 5번 지역구에서 당선돼온 민주당 흑인 중진이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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