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IB 역할 충실히 할 것…해외사업·2030고객 확대에 집중"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정일문(55)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29일 "취임 당시의 목표인 '올해 영업이익 1조원 돌파'를 향해 순항 중"이라고 밝혔다.
정 사장은 이날 여의도 본사에서 연합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은 업계에서 아직 없는 일이고 목표를 일부러 크게 잡은 것이지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분기에 별도 기준 2천36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그는 "1분기 실적 기준으로 연간 자기자본이익률(ROE)을 환산하면 21.66%이고 2분기 역시 1분기 못지않은 우수한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6개월은 꿈이 곧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달려온 하루하루였다"고 돌아봤다.
다만 그는 "하반기 경기와 시장 전망이 워낙 좋지 않아 걱정스러운 부분은 있다"며 "그러나 우수한 임직원들과 함께 목표를 향해 묵묵히 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이처럼 역대 최고의 영업실적을 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취임 전 있었던 '발행어음 부당대출'로 금융위원회에서 과태료 5천만원의 제재를 받았고 2017년 상장 공동주관사로 참여한 코오롱티슈진[950160]의 '인보사 사태'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그는 "어느 회사보다 사업이 다각화되어 있고 또 새로운 사업을 앞서 추진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이슈도 많이 발생한 게 사실"이라며 "업을 선도해 나가는 회사인 만큼 더 잘하라는 염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답했다.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발행어음 1호' 사업자임에도 중소·혁신기업 대출에 소극적이라는 일각의 지적에는 "평균 3∼6개월 단위로 운용되는 단기금융이다 보니 모험 투자에는 무리가 있다"며 "기업 대출 비율을 50% 이상 유지하면서 수익을 내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한 것은 나름대로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집중할 사업으로는 '해외 기반 확대'와 '젊은 고객층 확보'를 꼽았다.
그는 "이미 한국투자증권의 해외 진출은 베트남에서 보듯 국내 모범사례로 손꼽힐 만큼 성장했다"며 "올해는 인도네시아에 운용사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잘 마무리해 동남아 금융시장 지도를 완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역사가 오래된 증권사여서 로열티 높은 고객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2030 젊은 세대를 위한 금융서비스가 부족한 면이 있었다"며 "카카오[035720]뱅크를 기반으로 확보한 100만 신규 고객을 시작으로 새로운 세대를 위한 금융서비스와 상품개발에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1988년 한신증권(한투증권을 인수·합병한 동원증권의 전신)에 공채로 입사해 약 30년 만에 사장 자리에 올랐다. 입사 후 27년간을 IB 영업본부에서, 사장 취임 전 3년간은 리테일 영업 부문에서 근무했다.
가장 기억나는 일로는 20여년 전 자신이 영업을 튼 어느 기업과의 일화를 떠올렸다.
"당시 그 업계에서 아주 떠오르는 회사였는데, 외부인은 아예 못 들어가게 막았어요. 그래도 제가 여러 번 찾아가서 출입문 관리하는 분들과 친해지니까 결국 들여보내 줬고 담당자와 만나서 회사채를 발행해보라고 제안했습니다. 그 이후 회사채가 뭔지부터 설명해 지급보증 받는 것까지 도와줘 몇십억원 회사채를 발행했어요. 그래서 회사 자금 운용에 숨통이 트이고 이익도 계속 커졌죠. 그 뒤로 그 회사에서 고맙다는 의미로 정문 출입문에 '외부인 출입금지, 단 동원증권 정일문 예외'라고 써 붙였는데 지금 생각해도 가슴 뿌듯한 기억 중 하나입니다."
그는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된 비결로 늘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후배들에게도 가장 많이 하는 얘기가 '누구나 가는 쉬운 길이 아니라 누구도 가지 않으려는 어려운 길을 겪어보라'고 한다"고 말했다. "일단 한번 어려운 길을 뚫고 지나오면 그 성취감이 곧 자신감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또 중요한 것으로 '긍정적인 태도'를 꼽으면서 무슨 일이든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도전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그리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우리 업계에서도 아직 도전할 만한 분야가 많습니다. 제가 리테일 부문에 가서 처음으로 부동산 공모펀드를 시작했는데 처음에 제가 하자고 했을 때 10여명이 다들 안 되는 이유만 얘기하면서 반대했습니다. 그래서 그럼 하나하나 되는지 안 되는지 다시 따져보고 1주일 뒤에 다시 모이자고 했죠. 안 되는 이유가 반 이하로 줄었어요. 그렇게 달려드니까 2~3주 만에 안 된다던 게 되는 걸로 됐죠."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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