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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이란 방송에 출연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미국과 이란이 상대방을 비꼬면서 설전을 벌였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첨예한 관계를 고려하면 그가 이란 방송에 출연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양측 모두 이를 잘 알면서도 '기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는 정치적 공방을 벌였다.
이번 설전은 폼페이오 장관이 25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테헤란에 기꺼이 갈 뜻이 있으며 이란 국영방송과도 인터뷰도 할 수 있다며 '배짱'을 내보이면서 시작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매체에 "(이란이) 요청하면 당연히 거기(이란)에 가겠다"라며 "정치적 선전이 아니라 이란에 갈 기회가 있으면 좋겠고, 이란 방송을 통해 이란 국민에게 이란 지도부가 해놓은 일과 이것이 얼마나 이란을 해하는지 말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28일 "우리 국영방송의 앵커 마르지예 하셰미(이란으로 귀화한 미국인)가 그를 인터뷰할 수 있다"라며 "그는 이란 국영방송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다"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우리 외무장관이 미국에 가서 미국 매체와 인터뷰하는 것을 본 그가 어쩔 수 없이 '나도 이란 방송에 인터뷰를 할 수 있다'라고 말한 것"이라며 "그들(미국)이 우리 기자에게 모욕을 주더라도 그 말을 피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란 국영 영어방송 프레스TV의 페이먼 제벨리 사장은 28일 "우리는 폼페이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지도 않았을뿐더러 그럴 계획도 없다"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자리프(이란 외무장관)가 미국에 와서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것이 두렵지 않다. 내가 테헤란에서 똑같이 하지 못하도록 할 만큼 하메네이 정권이 나쁘다는 게 사실 아니냐. 이란 국민이 가감없는 진실을 듣는다면 어떻게 될까"라고 반박했다.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이란 방송 출연 가능성과 관련해 "우리 외무장관이 미국에서 인터뷰한 데 대한 면피성 제안이다. 그의 말에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라고 일축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리는 회의에 매년 참석해 미국 매체 여러 곳과 인터뷰를 하면서 이란 정부의 입장을 설파한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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