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렌식 결과 19세기 유골로 드러나…유족, 추가 정밀 감식 요청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최근 교황청 경내 무덤에서 발견된 뼛조각 가운데 36년 전 사라진 소녀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은 없다는 감식 결과가 나왔다.
28일(현지시간) ANSA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1일 수습된 수천개의 뼛조각에 대해 전문가들이 포렌식 작업을 벌였으나 1983년(당시 15세) 실종된 에마누엘라 오를란디와 연관 지을 수 있는 뼈는 발견되지 않았다.
감식팀을 이끈 포렌식 전문가 지오반니 아르쿠디는 19세기 말 이후의 것으로 추정되는 뼈는 없었다고 감식 결과를 설명했다.
감식팀은 이날 포렌식 작업을 마무리했으며, 교황청도 그 결과를 확인했다.
오를란디 유족은 일부 유골에 대해 추가적인 정밀 감식을 요청했으나 교황청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아르쿠디도 해당 유골들이 매우 오래된 것으로 판명된 만큼 추가 감식의 실효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익명의 제보를 계기로 촉발된 오를란디 실종 사건의 규명 작업이 성과 없이 마무리될 공산이 커졌다.
오를란디 유족은 작년 여름 오를란디가 바티칸시국 내 테우토니코 묘역에 매장됐음을 암시하는 익명의 편지를 받은 뒤 교황청에 무덤 발굴을 요청했다.
교황청이 이를 수락하면서 이달 초 소피아 폰 호헨로헤 공주와 멕클렌부르크 슈베린 공국 샤를로테 프레데리카 공작부인의 무덤을 발굴했으나 정작 무덤에는 무덤 주인의 유해조차 없었다. 두 사람은 1836년, 1840년 각각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무덤이 빈 것으로 확인되자 교황청은 1800년대 묘소 근처에서 이뤄진 공사 작업 기록을 참고하며 조사에 나섰고, 이달 11일 테우토니코 신학원 마루 아래 있는 방에서 수천개의 뼛조각이 든 유골함 2개를 찾아냈다.
교황청 직원의 딸로 교황청 시민권을 갖고 있던 오를란디는 실종 전까지 바티칸 시국에서 살았다.
살아있다면 51세가 됐을 오를란디의 실종을 두고 1981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암살 미수로 투옥된 터키 출신 용의자의 석방을 노린 세력에 납치됐다거나, 교황청 내부자의 성범죄에 희생됐다는 소문만 무성했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