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두달만에 협상테이블에…이견 여전해 돌파구 기대 낮아(종합2보)

입력 2019-07-31 00:24  

미·중 두달만에 협상테이블에…이견 여전해 돌파구 기대 낮아(종합2보)
상하이서 만찬 시작으로 탐색전 돌입…31일 정식 협상 예정
트럼프 "내가 재선되면 더 가혹하거나 합의 없을수도" 압박



(베이징·뉴욕=연합뉴스) 김윤구 이귀원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 좌초 후 2개월여만에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았다.
하지만 핵심 이슈가 그대로 남아있고 입장차도 커서 이번 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는 낮은 분위기다.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단은 30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서 사실상 이틀간의 협상 일정에 돌입했다. 베이징이 아닌 상하이에서 협상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측에서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중국측에서는 류허(劉鶴) 부총리가 참여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산(鍾山) 중국 상무부장(장관)도 협상에 참여한다고 보도했다. 중산 부장의 대면협상 참여는 처음이다.
협상의 세부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중 대표단은 만찬을 시작으로 탐색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대표단은 이날 오후 숙소인 와이탄의 다른 호텔에 도착한 것이 목격됐다.
이 통신은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므누신 장관 등이 중국 측과 이날 저녁 상하이 황푸강 강변의 와이탄(外灘)에 있는 유서 깊은 페어몬트피스호텔에서 만찬을 할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공식 협상은 다음날 시자오(西郊)빈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곳은 1972년 닉슨 미국 대통령이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와 회담하고 미중 관계 정상화를 선언한 상하이 공동성명을 내놓은 장소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므누신 장관이 이날 류허 부총리와의 만찬을 위해 페어몬트피스호텔에 모였으며, 31일 정부 영빈관에서 보다 공식적인 협상이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WSJ은 협상이 재개됐지만 돌파구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중은 서로 상대가 '선의'를 보여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중국에 대규모 농산물 구매를, 중국은 미국측에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를 각각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중간 만찬 시점으로 추정되는 시간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중국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우리 농산품 구매를 시작하기로 돼 있었지만 그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어떤 신호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들은 '졸린 조'(조 바이든 전 부통령)처럼 민주당의 융통성 없는 사람 중 한 명이 당선되는지 지켜보기 위해 아마 우리의 (내년) 대선을 기다릴 것"이라면서 "그러나 기다리기의 문제점은 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그들이 얻는 합의는 지금 협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가혹하거나 아예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논평에서 미국 대표단이 관계 정상화를 위한 진정성을 보인 닉슨의 자세를 배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측은 협상을 앞두고 각각 '성의'를 표시해왔다.
중국은 지난 28일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수백만t의 대두를 포함한 미국산 농산물을 새로 구매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미국은 110종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면제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으며 지난달 오사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서 합의한 '휴전'은 깨지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중 고위급 협상은 지난 5월 초 중국의 무역합의 법제화, 이행강제 조치와 맞물린 기존 관세 철회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렬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오사카 담판에서 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글로벌타임스는 "관세에서 합의 문구까지 여러 이슈에서 입장 차이가 여전한 데다 미국이 계속 중국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상하이 협상에 대한 기대가 낮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고위 무역 관리 출신으로 중국세계화센터 선임연구원인 허웨이원은 "모든 장애물을 고려해보면 협상이 어떤 실질적인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글로벌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2개월 만에 재개되는 이번 협상은 재정비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번 상하이 협상을 '상징적인 협상 재개'로 평가하고 있지만, 내년 미 대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합의를 수용하도록 할 수 있는지를 보기 위해 중국 지도부가 협상을 내년까지 질질 끌 수도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 쪽 전문가도 비슷한 의견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줄리언 에번스-프리처드는 "협상을 결렬시킨 이슈가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쪽도 큰 양보를 하려 하지 않는다"면서 협상 타결이 힘들 것으로 봤다.
전직 관리 제프 문은 미국이 지식재산권과 기술이전 강제, 국유기업 보조금 같은 산업정책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합의 내용을 강제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은 지금의 산업 발전 모델을 버리라는 미국의 압력에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또한 중국은 추가 관세의 완전한 철폐를 요구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약속을 확실히 이행하도록 만들게 하기 위해 관세를 일부 유지하기를 원한다.
므누신 장관은 보통 협상에 대해 낙관적이지만 이번에는 "많은 이슈"가 있으며 추가 협상을 기대한다고 밝혀 기대감을 낮추려고 했다고 AP는 전했다.
오사카의 미중 정상회담 후에도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중국은 반발하는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중국을 겨냥해 일부 국가들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부여받아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하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이기심과 오만을 비판하면서 중국이 개도국 지위를 누려야 무역의 진정한 공정성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양측이 상호 존중과 평등의 기초에서 '윈윈'할 수 있는 합의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국제무역협회의 리융은 협상 테이블에 돌아가는 것은 양쪽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 긍정적인 움직임이라면서도 "중국은 핵심 이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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