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조산 막는데 큰 공로…"젊은 의학자들, 기초연구 매진 계기 됐으면"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윤보현(64) 교수가 150년 역사의 권위지인 '미국산부인과학회지'(American Journal of Obstetrics and Gynecology, AJOG)가 선정한 '최다 피인용논문 공로상'(In recognition of highly cited scientific contributions in AJOG)을 수상했다.
한국인 산부인과 의사가 논문의 영향력을 가늠하는 '피인용 횟수' 기준으로 이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1일 미국산부인과학회지에 따르면 윤보현 교수는 1920∼2018년 사이 학회지에 게재된 총 4만여편의 연구논문 중 인용이 많았던 100편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논문을 발표한 최종 3인으로 선정됐다. 윤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2명은 미국 내 대학의 산부인과 교수였다.
학회지는 학회 설립 150주년을 기념해 이런 내용의 분석 결과를 올해 초 논문으로 공개했으며, 최근 시상식을 개최했다. 학회지가 선정한 100편의 논문 중에는 윤 교수가 제1저자 또는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이 총 6편이었다.
이 중에서도 임신 중 양수 내 감염이나 염증이 있었던 경우 아이의 뇌 손상 위험이 높다는 내용의 논문(1997년)이 피인용 횟수 580회로 가장 많았다. 또 조산아 뇌성마비의 주요 원인이 저산소증이 아니라 자궁 내 감염이라는 사실을 밝힌 연구논문(200년)도 피인용 횟수가 514회에 달했다.
윤 교수의 연구성과는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산부인과학회지 8월호에는 자궁 내 감염으로 발생하는 '뇌성마비 조산아' 출산 위험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 요법을 규명한 윤 교수의 논문 2편이 별도의 사설(Editorial)과 함께 실렸다.
10여년에 걸친 추적관찰을 통해 도출된 이 연구에서 윤 교수팀은 조산아의 뇌성마비를 막는데 '에리스로마이신'이라는 항생제가 유일하게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근거를 제시했다. 이는 자궁 내 감염으로 조기진통이 생겼을 때 항생제를 쓰면 오히려 뇌성마비 조산아 출산 위험을 높인다는 그동안의 통념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윤 교수는 "산부인과 분야에서 공로가 큰 세계적인 대가들을 제치고 변방인 한국의 의사가 이 상을 받은 게 놀랍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뇌성마비 조산아 출산을 막아야겠다는 일념으로 기초연구에 묵묵히 열정을 쏟아부은 게 이제서야 성과로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면서 "한국의 능력 있는 젊은 의학도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기초와 임상 연구에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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