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혐의' 테헤란 전 시장 1심서 사형 선고

입력 2019-07-30 18:54  

'아내 살해 혐의' 테헤란 전 시장 1심서 사형 선고
한때 개혁 진영 '대선 주자' 물망…로하니 대통령 측근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모하마드 알리 나자피(67) 이란 테헤란 전 시장에게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다고 이란 사법부가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란 사법부는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나자피 전 시장은 계획적인 살인, 폭행,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기소됐고 법원이 이 가운데 계획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사형을 선고했다"라고 발표했다.
불법 무기 소지 혐의도 이날 1심에서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 형이 선고됐다.
나자피 전 시장은 올해 5월 말 테헤란의 자택에서 아내에게 총을 쏜 뒤 경찰에 자수했다.
그는 자수한 뒤 이란 국영방송에 "아내와 이혼 문제로 말다툼이 벌어졌고, 화가 난 아내가 나에게 달려들면서 내가 들고 있던 권총이 발사됐다"라면서 살해가 아닌 과실치사라고 주장했다.
나자피 전 시장은 개혁·중도 정치인인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임기 8년간(1989∼1997년) 교육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후 강경 보수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이 되자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대학에서 강단에 섰다.
2013년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개혁파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뒤 그를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지만 당시 보수파가 장악한 의회의 임명동의 투표를 통과하지 못해 낙마했다.
그러나 로하니 대통령은 나자피를 경제 담당 수석 보좌관으로 임명했다.
이란의 대학입학 수학능력 시험이라고 할 수 있는 콩쿠르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한 수재로, 이란 명문 샤리프기술대학에서 수학 전공 석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유학파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2017년 로하니 대통령의 재선에 힘입어 그해 8월 테헤란시장에 임명됐다.
테헤란 시장은 대권으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지는 만큼 그는 개혁 진영의 차기 주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7개월 뒤인 2018년 3월 '어머니의 날' 기념식장에서 초등학교 여학생들의 춤 공연을 피하지 않고 관람했다는 이유로 보수 세력의 비판을 받았다.
보수 세력은 나자피 시장이 '음란한 기념행사'에 참석했다면서 사퇴를 요구했다. 이란에서는 공개 장소에서 여성의 춤을 금지한다.
이를 이유로 경찰에 소환되는 등 그에 대한 공세가 거세지자 한 달 뒤 건강을 이유로 사임하고 공직에서 떠났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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