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하르툼에서도 학생들이 거리시위 나서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아프리카 수단의 반정부 시위대가 30일(현지시간) 군부와 예정됐던 권력 이양 협상을 연기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수단 시위대 지도자 중 한 명인 타하 오스만은 "오늘 과도군사위원회(TMC)와 협상은 없을 것"이라며 협상팀이 학생 시위대의 유혈사태가 벌어진 중부 북코르도판주(州)의 도시 오베이드에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위대 지도자는 익명을 전제로 군부와의 협상은 거리가 평온을 되찾은 뒤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이날 야권연대 '자유와 변화의 힘을 위한 선언'(DFCF) 지도자들은 과도군사위원회 관계자들을 만나 헌법 등 과도정부에 관한 협상을 재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위대 학생들의 사망으로 수단 정국이 얼어붙으면서 협상이 미뤄지게 됐다.
전날 오베이드에서 고등학생 수백명이 빵, 연료 부족 등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를 하던 중 저격수들의 발포로 학생 4명을 포함해 5명이 숨졌다.
수단 야권은 비정규 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이 시위대에 총을 발사했다며 군부를 비판했다.
참사 하루 뒤인 30일에는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학생 수천명이 이번 사태에 항의하는 거리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수단 국기를 흔들면서 "학생을 죽이는 것은 나라를 죽이는 것"이라고 외쳤다.
수단 군부는 이번 유혈사태를 규탄하며 자신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압델 파타 부르한 과도군사위원회 위원장은 "오베이드에서 발생한 일은 슬프다"며 "평화로운 민간인들을 살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고 말했다.
앞서 수단 군부와 야권은 지난 17일 문민정부 수립을 위해 권력을 분점하고 이양하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합의서에는 민간인 6명과 군인 5명으로 구성된 공동 주권위원회가 3년 3개월 동안 과도통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 4월 11일 수단 군부는 30년 동안 권력을 휘두른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축출했지만, 유혈사태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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