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축소' 가세…5월 발사 때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반응과 대비
'판문점 회동' 거론하며 "北 핵포기 '전략적 결정' 위해 다시 한번 문 열어둬"
"진정한 외교 언제 시작할지 물어야…北 연락 기다려" 실무협상 재개 결단 촉구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백나리 특파원 =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1일(현지시간) 북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와 관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약속'을 위반한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시간으로 31일 이뤄진 북한의 발사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의 첫 실명 반응으로, 특히 '슈퍼 매파'로 꼽히는 볼턴 보좌관이 미국 측의 의미 축소 흐름에 가세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이들 미사일의 발사는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 약속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 4월 노동당 전원 회의에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 발사를 중지할 것"이라고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 등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5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후 김 위원장이 6월 30일 판문점 회동 당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중단 지속을 약속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볼턴 보좌관의 이러한 반응은 북한의 지난 25일 미사일 발사에 "작은 미사일들일 뿐", "우리를 향한 경고는 아니다"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기조의 연장 선상에서 6일 만에 이뤄진 이번 추가 발사에 대해서도 파문 확산에 대한 축소를 시도하며 실무협상 재개의 동력을 이어가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의 추가 발사 직후인 전날 당국자들이 "미국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인 것과도 연결된다.
특히 볼턴 보좌관의 이번 반응은 지난 5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와는 대비되는 것으로, 확연한 변화가 감지된다.
볼턴 보좌관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에 앞서 일본을 먼저 찾은 자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결의는 북한에 대해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며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한 북한의 발사체를 '작은 무기들'로 표현, 공개적으로 볼턴 보좌관의 발언에 선을 그으며 "탄도도, 장거리 미사일도 없었다"고 의미 축소에 나섰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 간에 극적으로 성사된 '판문점 회동'을 언급, "나는 대통령이 6월 30일 DMZ에서 김정은을 만나는 정말로 흔치 않은 발걸음을 하고 북한 땅을 밟으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전략적 결정을 하고 다른 미래를 향해 걸어들어올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문을 열어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그러나 "'진정한 외교'가 언제 시작할지 그리고 언제 비핵화에 대한 실무 레벨의 논의(실무협상)가 시작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물어봐야 한다"며 "김 위원장은 6월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그것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다시 한번 말했다"고 환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전히 북한으로부터 연락을 받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볼턴 보좌관이 비핵화에 대한 실무협상이 언제 시작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고 풀이했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6월말 방한 때 함께 한국을 찾았으나 판문점 회동 당시 비무장지대(DMZ) 방문에 동행하지 않은 채 몽골로 직행, '판문점 회동 패싱'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북 의사 결정라인 배제설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의 북한과 이란 등에 대한 초강경 노선에 불만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질설' 마저 다시 불거진 바 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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