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이 율 김경윤 기자 =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개월째 0%대에 머물면서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디플레이션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1일 통계청의 7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6% 상승하는 데 그쳐 7개월째 1%를 밑돌았다.
올해 들어 상승률은 1월에 0.8%를 기록한 이후 2월 0.5%, 3월 0.4%, 4월 0.6%, 5~6월 0.7% 등 1% 아래에 머물고 있다.
이는 2015년 2∼11월(10개월) 이후 연속으로 1%를 밑돈 최장 기록이다.
통계청은 최근 저물가에 대해 디스인플레이션이지 경제 전반의 상품 서비스 가격이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 상승률이 일정 기간 지속해서 0% 아래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물가 상승률이 2년 이상 마이너스를 보이는 경우를 디플레이션으로 정의한다.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총체적인 수요의 급격한 감소에 의해 디플레이션이 초래되면 경기는 침체에 빠질 수 있다.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자나 기업은 소비와 투자지출을 더 줄이기 때문에 생산된 상품은 팔리지 않고, 상품의 재고가 급증하면 생산자는 가격을 낮추고 생산을 줄여 경기가 악화하기 때문이다.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수준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지만, 물가 상승률은 둔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총체적 수요가 감소해 물가가 하락하는 거라기보다는 기후변화(농·축·수산물), 석유류(유류세) 인하(공업품) 등 외부요인과 집세나 공공서비스 물가 하락 등 정책적 측면이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라며 "일시적 정책적 요인에 의한 0%대 물가 성장은 디플레이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도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공급측 하방 요인(양호한 기상여건, 국제유가 안정), 정책적 요인(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 등으로 1% 미만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3년 전 0%대의 물가 상승률이 이어졌을 때 정부가 했던 설명과 궤를 같이 한다.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5년 2월 당시 물가가 0%대로 진입하자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하락하는 것"이라며 "이런 의미에서 한국은 디스인플레이션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최근 저물가 지속은 수요측의 하락 압력과 공급측의 물가 안정화에 모두 기인하고 있다며 저물가와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오준범 수석연구원은 "최근 저물가는 수요측의 하락압력과 공급측의 물가안정화에 모두 기인한 것"이라며 "특히 수요측의 하락압력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어 저물가와 경기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단기간에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정도는 아니지만, 잠재적인 리스크는 있다"면서 "일본도 0%대 물가가 5년 정도 지속하다가 부실이 불거지고 경기침체로 이어지면서 디플레이션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인구가 위축돼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있는 것은 맞는데 현상화될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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