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중거리핵전력 조약 사실상 폐기…'新냉전' 우려

입력 2019-08-02 14:33  

미·러 중거리핵전력 조약 사실상 폐기…'新냉전' 우려
美 탈퇴, 2일 발효…러시아도 조약불참 법안 이미 서명
핵 군비통제체제 큰 손상…중국 포함한 새 협정 추진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이해아 특파원 = 미국이 2일(현지시간) 1987년 러시아와 체결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공식 탈퇴했다.
러시아 역시 미국의 조치에 대응해 맞불 탈퇴 입장을 밝힌 터라 냉전시대 군비경쟁 억제를 위해 만들어진 군축조약이 사실상 백지로 변해버렸다.
AP 통신은 이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소련 지도자였던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30여년 전 서명한 역사적인 군축 협정이 죽었다"며 새로운 군비경쟁 시대의 우려를 촉발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미국의 INF 조약 탈퇴 시점에 대한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2일 0시부터"라고 답변했다.
미 국방부 칼러 글리슨 대변인도 지난달 31일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러시아는 의무사항의 검증 가능한 준수로 되돌아가려는 어떤 의미 있는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조약이 다음달 2일 종료되면 미국은 더이상 INF상 금지 조항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탈퇴에 대응해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 3일 미국이 조약 이행을 다시 결정할 때까지 INF 조약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법령에 서명한 상태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 역시 지난달 30일 INF 조약 종료와 관련한 정책을 뒤집기 위해 수일 내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INF 조약은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87년 12월 체결해 1991년 6월까지 500∼5,500km의 중·단거리 미사일 2천692기를 없애고, 이후에도 양국의 미사일 개발경쟁을 억제하는 기능을 했다.
이런 맥락에서 INF 조약 무력화는 주요국 간 군비경쟁을 촉발하면서 전세계를 신(新) 냉전의 흐름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은 INF 조약의 족쇄가 풀림에 따라 중단거리 미사일 개발 내지 고도화를 본격화하고, 러시아 역시 이에 대응한 신무기 개발과 배치에 나설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미국이 조약 탈퇴라는 강수를 둔 이면에는 그동안 아무런 제약 없이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해온 중국을 견제하려는 차원도 있어 한국이 위치한 동북아 안보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핵탄두 수를 제한하기 위해 2010년 합의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 스타트·New START)' 역시 파기 수순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미국과 러시아 간 핵 경쟁을 제한해온 두 기둥이 모두 사라지는 셈이지만, 규율의 진공상태를 해소하고 새로운 질서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중국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협정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중국은 자신을 포함하려는 이런 구상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새로운 통제 체제를 구축할 때까진 험로가 예상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의 조약 탈퇴 발표에 앞서 1일 "핵전쟁의 브레이크를 잃게 된다"며 미국·러시아 간 INF 조약의 폐기에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INF는 유럽의 안정과 냉전 종식을 도운 획기적인 합의"라며 "조약이 폐기되면 전 세계가 핵전쟁을 막는 귀중한 브레이크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당사국들은 국제적인 군비 통제를 위한 합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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