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국 언론매체로 위장해 사우디 옹호 포스팅"…해당 계정 정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연계된 세력들이 페이스북의 가짜 계정을 이용해 자국을 선전하고 주변 경쟁국을 비방하는 활동을 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이날 사우디 정부와 관련된 '조직화한 조작행위'에 쓰인 계정 350여개를 정지시켰다고 밝혔다.
이 계정들이 보유한 팔로워는 140만명에 달했다.
너새니얼 글레이처 페이스북 사이버보안 정책 책임자는 "우리 조사원들은 (조작행위의) 배후에 있는 개인들이 사우디 정부와 관련돼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팔레스타인 등 주변국 국민이 운영하는 현지 언론매체로 위장된 문제의 계정들은 사실상 사우디 정부와 사우디군에 대한 팬 페이지로 운영됐다.
글레이처는 "이 계정들은 통상 아랍어로 역내 뉴스와 정치 문제에 대한 포스트를 올렸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경제·사회 개혁 프로젝트와 예멘 내전에서의 사우디군 활동 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런 활동은 2014년부터 시작됐지만, 최근 2년 사이 더욱 활발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에 사우디로서는 테러리즘을 지원하고 경쟁국인 이란에 우호적이란 이유로 2017년 단교한 카타르를 공격하고, 작년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한 허위정보를 퍼뜨려 비난을 막을 필요가 컸다는 점이 그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페이스북상의 조작행위에 연루됐다는 발표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사우디 정부는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중동 지역 국가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 등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은밀히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해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페이스북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숙적인 이란이 지난해 가짜 계정을 이용한 선전전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다면서 작년과 올해 초 수차례에 걸쳐 수백개의 계정을 정지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러시아 요원들이 페이스북 플랫폼을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 했던 것을 계기로 세계 각국에서는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가짜뉴스 전문가 벤 니모는 더 많은 국가와 정치 세력이 온라인 정보 활동에 뛰어들면서 소셜미디어가 일종의 '전장'(battleground)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정학적 긴장이 있을 때마다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서 "우리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이런 상황을 일상적으로 취급하는 그런 영역에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올해 들어서만 14차례에 걸쳐 조작행위 적발 사실을 공개했으며, 이런 활동에 관련된 국가는 최소 17개국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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