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백색국가 제외' 日결정 일제히 신속보도…AP "양국 적대감에 기름부어"
NYT "세계시장 겁먹게 해…中 영향력 커지고 美 대북협상력 약해질 수도"
WP "민족주의자들의 격분이 양국 정부를 '보복의 악순환'에 가두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일본 정부가 2일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결정하자 외신들은 주요 뉴스로 일본의 조치를 신속하게 보도했다.
주요 외신은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둘러싼 한일 갈등을 지목하면서 일본의 조치가 양국 사이의 적대 감정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미중 무역마찰로 가뜩이나 세계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본의 조치가 첨단 산업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AP 통신은 일본 내각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하면서 "(지난달 초 일본의) 수출통제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이슈로 비등점에 달한 양국의 적대감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P는 또 "이것(일본의 결정)은 미중 무역마찰로 흔들리는 (글로벌) 공급망에 더욱 영향을 미치면서 첨단 기술 분야로 파급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일본의 교도통신마저 글로벌 공급망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한국의 제조업체뿐 아니라 일본 수출업체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일부 분석가를 인용해 진단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안보 관계와 글로벌 공급선을 위협하는 미국의 두 동맹국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이 무역보복으로 여기는 지난달 초 반도체 소재 등 3개 화학제품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에 이어 더 엄격한 조치를 일본에서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CNN 방송은 '경제전쟁의 선포'라는 제목의 홈페이지 톱기사를 통해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함으로써 스마트폰과 전자제품의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하는 분쟁을 확대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일본이 지난달 초 단행한 반도체 소재 등 3개 화학제품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 강화는 이미 세계 반도체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3분의 2를 생산하는데 스마트폰부터 자동차까지 모든 분야에서 사용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은 산업용 기계, 화학제품, 자동차 등 540억달러(64조6천억원)어치의 일본 상품을 구매하는 세 번째로 큰 일본의 무역 상대국이라고 CNN은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도 '일본이 한국에 광범위한 새 무역규제를 부과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규제가 한국에서 전 세계 공장으로 공급되는 중요 전자 부품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공포를 초래함으로써 (한일) 분쟁은 세계 시장을 겁먹게 했다"고 진단했다.
NYT는 또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분쟁으로 역내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미국의 대(對)북한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미국 정부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일 분쟁이 한국의 전자 산업부터 일본의 소비재에 이르기까지 이미 경제적 고통을 야기하고 있으며, 미국의 역내 핵심 동맹국 사이의 안보 협력도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WP는 양국 민족주의자들의 격분이 한국과 일본 정부를 쉬운 탈출구가 없는 '보복의 악순환'에 가두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소개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백색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주무 부처 수장인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이 서명하고 아베 총리가 연서한 뒤 공포 절차를 거쳐 그 시점으로부터 21일 후 시행된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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