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바이러스에 살아남는 곤봉체 세포, 비법은 DNA 자체 수리"

입력 2019-08-02 16:18  

"독감 바이러스에 살아남는 곤봉체 세포, 비법은 DNA 자체 수리"
미 듀크대 연구진, 만성 천식 치료 '실마리' 기대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기관지에 많은 '곤봉체 세포(club cell)가 손상된 DNA를 스스로 수리하면서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의 공격에도 살아남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감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곤봉체 세포는 인체의 면역체계를 자극해 염증을 촉진하는 작용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곤봉체 세포의 이런 특성은, 만성 폐쇄성 폐 질환과 천식 같은 호흡기 질병 치료에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독감 바이러스엔 A형과 B형 두 가지가 있다.
A형은 사람을 비롯한 포유류 외에 조류 등에도 전염하지만, B형은 사람만 숙주로 삼는다. A형 바이러스는 유전물질로 단일 가닥의 RNA를 갖고 있다.
숙주 내로 침투한 바이러스는 활성산소를 무기로 DNA의 활성 부위를 찾아 손상한다. 세포가 죽는 건, 이런 손상이 바이러스 퇴치에 필요한 유전자 발현을 막을 정도로 쌓이기 때문이다.
미국 듀크대 의대의 니콜라스 히튼 분자유전학·미생물학 조교수팀은 관련 연구보고서를 저널 '네이처 미생물학(Nature Microbiology)'에 최근 발표했다.
1일(현지시간) 온라인(링크)에 공개된 연구 개요에 따르면 곤봉체 세포는 폐포(허파꽈리)와 기도를 연결하는 기관지에 많이 존재한다. 원래 이들 세포는 기관지 내벽 점막의 계면활성 물질(점액)과 내벽 표면을 구성하는 단백질을 주로 생성·분비한다.
히튼 교수팀이 곤봉체 세포를 연구하기 시작한 건 오래됐다.
다른 세포가 대부분 사멸할 정도로 맹렬한 독감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아도 곤봉체 세포가 살아남는다는 사실은 2014년에 처음 알았다.
2016년엔 독감 바이러스 감염 시 곤봉체 세포가 단백질 생성을 대폭 늘리면서 면역체계에 신호를 보내 '염증 촉진' 사이토카인(신호전달물질) 수위를 높이게 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곤봉체 세포의 이런 특성을 보고 연구팀이 내린 잠정적 결론은, 바이러스 감염이 종식한 뒤에도 폐는 새로운 바이러스의 침입에 맞설 태세를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히턴 교수는 이와 관련해 "독감 바이러스가 어떤 변화를 일으켜, 또 다른 호흡기 감염에 대한 인체의 저항력을 키운다는 걸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2009년 대유행 당시 독감 바이러스가 여름철에 창궐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통상적으로 찾아오는 가을과 겨울 주기를 피했기 때문이다.
히턴 교수팀은 이번에 펜실베이니아대 의대의 사라 셰리 미생물학 교수와 협력해 바이러스 감염 기간에 나타나는 곤봉체 세포의 반응 경로를 모두 탐색했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 공격을 받는 곤봉체 세포가 종전보다 DNA 수리를 대폭 강화하고, 계면활성 물질을 계속 생성하면서 염증도 부추긴다는 걸 확인했다.
그런데 독감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평소처럼 염증 반응을 자극하는 곤봉체 세포는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염증을 촉진하는 체내 환경이 바이러스 수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바이러스를 퇴치한 후에 과도한 염증 때문에 목숨을 잃는 독감 환자도 종종 나온다.
히턴 교수는 "(바이러스) 감염의 이면에서 일군의 곤봉체 세포가 과도한 염증을 일으키는 건 확인됐다"라면서 "이들 세포의 작용을 줄이면 염증을 완화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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