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지지자들 3주째 시위…로이터 "대규모 체포 국제적 비난 불러와"
당국, 야권운동가 나발니 이끄는 '反부패재단' 돈세탁 혐의 수사 착수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김형우 기자 = 러시아 모스크바 경찰이 3일(현지시간) 몇주 째 계속되는 공정선거 촉구 시위 참가자 828명을 체포했다고 현지 비정부 기구 'OVD-인포'가 전했다.
러시아 야권 지지자들은 지난달 20일부터 주말마다 모스크바 시내에서 공정선거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야권 지지자들은 이날도 모스크바 시내 환상형 도로인 불바르노예 칼초를 따라 가두행진 시위를 벌일 예정이었으나 시 당국은 주최 측의 시위 허가 신청을 거부했다.
모스크바 경찰은 시민들에게 불법 시위에 참여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시위 예상 지역에 병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그런데도 다수의 야권 지지자는 경찰의 경고를 무시하고 시위 장소로 나왔다가 체포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정권에 반대하는 대표적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이끄는 반부패재단(FBK)의 변호사 류보피 소볼도 이날 모스크바 시내에서 연행됐다.
소볼은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 후보 등록을 거부당한 뒤 시위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모스크바 경찰은 이날 시위에 약 1천500명이 참여했으며 그 가운데 약 600명을 공공질서 훼손 등 여러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시위 참가자와 체포자 수는 훨씬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약 3천명이 모스크바 시위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야권은 러시아 선거 당국이 다음 달 8일 열리는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 유력 야권 인사들의 후보 등록을 거부한 데 반발하고 있다.
선거 당국은 야권 후보들이 제출한 유권자 서명이 가짜이거나 사망자의 서명이라면서 후보 등록을 거부했다.
하지만 야권은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이 야권 인사의 시의회 진출을 막기 위해 가짜 혐의를 내세워 후보 등록을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20일 항의 집회에는 2만2천명이 모여 공정선거를 촉구했으며, 27일에도 시위에 참여한 약 3천500명 중 1천400명 이상이 체포됐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잇따른 시위에서 벌어진 대규모 구금 사태가 국제적인 비난을 불러왔다고 지적하면서 러시아 정부에 대한 현지 활동가들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전했다.
활동가들은 러시아 헌법이 자유롭게 항의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반복적으로 집회 허가를 내주지 않아 시위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나발니를 포함해 적어도 8명의 야권 인사들이 엄격한 시위 관련법을 어긴 혐의로 감옥에 수감돼있고,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전국 의회를 장악하는 등 자유로운 목소리를 내기 힘든 러시아의 정치적 현실을 꼬집었다.
실제로 이날 중대 수사를 담당하는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는 나발니가 이끄는 FBK의 돈세탁 혐의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수사위원회 대변인 스베틀라나 페트렌코는 "FBK가 10억 루블(약 184억원)의 불법 자금을 합법화했다는 자료를 내무부(경찰청)에서 넘겨받았다"고 설명했다.
수사위원회에 따르면 FBK 직원과 관련자들은 2016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제삼자에게서 루블과 외화로 된 거액의 불법 자금을 받아 모스크바의 여러 은행 계좌를 통해 세탁한 뒤 재단 자금으로 활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FBK 창설자인 나발니는 지난달 24일 불법 시위를 선동한 혐의로 체포돼 30일 구류 처분을 받고 수감됐다.
그는 구치소에서 독성 물질에 중독돼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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