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설전 끝 보좌진 집단반대 누르고 중국 추가관세 관철
미중 무역협상 장기화…참모들 "중국과 협상보류·현상유지" 제안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확대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재발을 막을 열쇠인 것으로 재확인됐다.
선거철에 접어든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협상 초점이 애초 기치로 내세운 중국 산업·통상정책의 개조에서 표밭 관리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산 농산물의 중국 수출이 불발됐다는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바로 대중 추가관세를 지시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참모진과 중국 상하이에서 고위급 무역 협상을 마치고 돌아온 협상단을 대통령 집무실에서 만났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미국 협상단 대표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한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고 보고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물리라"고 지시했다.
이날 오하이오주에서 재선 유세가 예정돼 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농민들에게 무역협상의 결과로 최소한 미국산 농산물 수출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을 받아냈다고 확언하기를 바랐다고 WSJ은 설명했다.
미국은 작년부터 시작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으로는 농장지대가 거론된다.
중국이 대두(메주콩), 옥수수, 돼지고기 등 농축산물 수입을 축소함에 따라 농장지대 주민들은 매출 감소에 신음하고 있다.
농장지대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주요 표밭으로 중국이 무역보복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표적으로 삼은 지역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관리들은 내년 대통령 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부쩍 중국에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일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관세에 대한 참모들의 집단적 반대를 억누른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찬동하는 관리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밖에 없었다고 보도했다.
므누신 장관과 라이트하이저 대표뿐만 아니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믹 멀베이니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등도 추가관세안에 단호히 반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진에게 자신의 인내심이 약해졌으며 관세가 가장 좋은 방식의 지렛대라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추가관세에 반대하던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두 시간 가까이 설전을 벌인 끝에 결국 대통령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참모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부터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 부과를 경고하는 트윗 초안 작성을 도왔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30∼31일 중국 상하이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벌였으나 9월 협상 재개만 약속한 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두고 그전까지 중국과 무역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무역협상이 길어져도 미국 경제가 더 견고하기 때문에 협상에서 우위를 지킬 수 있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으로 해석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대중 추가관세를 도와준 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채드 보언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자신의 무역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금리를 낮췄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아마도 금리인하가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관세를 부과하도록 자신감을 불어넣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모진들은 중국과의 합의를 서두르지 않되 미국 경제와 향후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추가관세는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전임 백악관 관리와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보좌관을 비롯한 참모진 일부가 중국과 무역 협상을 보류하고 캐나다·멕시코와의 무역협정 인준, 일본과 무역 협상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중국과 어떤 방식의 합의를 하든 이는 의회 내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너무 약하다며 공격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관세 확전은 결국 경제에 방해물이 될 것이라며 현상 유지를 주장했다.
이번 대중 추가 관세에 유일하게 찬성한 것으로 알려진 나바로 국장은 이날 '폭스 뉴스 선데이'에서 미국의 강한 경제 성장에 가장 큰 방해물은 관세가 아닌 연준이라고 주장했다.
나바로 국장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무역 긴장을 탓하는 것이 역설적"이라며 "사실 파월 의장은 (작년에) 기준 금리를 1%포인트 올리고 양적 긴축 정책을 펼쳐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낮춘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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