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북·남북미 판문점 회동 건너뛰고 김씨 3대 사진
"민감한 시기에 외교적 균형 유지하며 자력갱생 강조 해석"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한 북미 실무협상이 큰 진전 없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주중 북한대사관 게시판에 김일성 주석의 사진이 내걸려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대사관은 지난달 말까지 이 게시판에 지난 5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사진을 게시했다가 최근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 북한 3대 지도자의 교육 시설 시찰 사진으로 게시판을 교체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게시판에는 '조선의 교육'이란 제목으로 1972년 9월 김일성 주석의 대동 초등학교 시찰을 비롯해 2010년 4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김일성 종합대학 전자도서관 시찰, 2013년 1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양건축종합대학 시찰 사진 등이 걸렸다.
이 밖에도 북한 초등 교육기관부터 대학, 직업 교육 기관 시설을 소개하는 사진과 교원 교육 시설, 교원 거주 주책 등 사진도 함께 게시됐다.
북한의 대외 홍보 창구인 북한대사관 게시판은 그동안 북한 정부가 대외적으로 메시지를 내보내는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1, 2차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 북중 정상회담 등 굵직한 이벤트 이후에는 관련 사진을 게시해 왔으며, 북미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는 북중, 북러 우호 관계를 상징하는 사진으로 게시판을 교체하기도 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올해 5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14년 만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과 남북미 판문점 회동 등 역사적인 사건이 있어 게시판에 어떤 사진이 올라올지 이목이 쏠렸다.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외교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게시물 대신 북한 교육을 소개하는 내용의 사진을 게시하며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 소식통은 "그간 북한대사관의 게시판 운영 방식을 고려하면 북미 수교 70주년을 맞아 이뤄진 시 주석의 방북과 북미 정상의 첫 판문점 회동 관련 사진을 게시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그러나 예상과 달리 북한 당국은 김씨 3대의 교육시설 시찰 사진을 게시하면서 민감한 시기에 맞춰 전략적인 선택을 함과 동시에 자력갱생의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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