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제가 일으킨 태평양전쟁 당시 강제 연행 등으로 일본에 왔다가 히로시마(廣島)에서 원자폭탄에 피폭돼 숨진 한국인의 넋을 기리는 위령제가 유족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5일 열렸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히로시마시(市) 나카구에 있는 평화기념공원 안의 한국인 원폭희생자위령비 앞에서 거행된 이 날 추모 행사에서는 지난 1년간 새롭게 사망자로 확인된 14명을 더한 희생자 2천760명의 명부가 비석 아래에 안치됐다.
참석자들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묵념을 한 뒤 한복 차림의 여성들이 위령의 노래를 불렀다.
피폭 생존자인 이종근(89) 옹은 "그때 겪은 고통이 복받쳐 오른다"며 "무엇보다 핵 폐기를 목표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인 대학생인 서상훈(25) 씨는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일본인과 함께 목소리를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15분 미군 폭격기의 히로시마 원폭 투하로 7만여명이 현장에서 사망한 것을 포함해 그해 말까지만 약 14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 히로시마현 지방본부는 한인 희생자 수를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보다 훨씬 많은 2만 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히로시마 한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는 1970년 평화기념공원 밖에 세워졌다가 1999년 공원 안으로 이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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