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성폭행 피해 카자흐 여성, 대통령에게 공개 호소문

입력 2019-08-05 17:03   수정 2019-08-05 18:56

열차 성폭행 피해 카자흐 여성, 대통령에게 공개 호소문
승무원이 잇따라 성폭행, 침대열차 잠금장치 '무용지물'

(알마티=연합뉴스) 윤종관 통신원 = 카자흐스탄 열차에서 승무원들에게 차례로 성폭행당한 여성이 국민과 대통령을 상대로 성폭행 피해를 공개적으로 호소해 눈길을 끌고 있다.
카진포럼 등 현지 언론은 성폭력 피해 호소문이 '니말치(침묵하지 말라는 뜻). kz' 재단의 페이스북에 게재돼 있다고 5일 보도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성폭력을 당한 여성은 일반적으로 '침묵'하는 것이 관습화돼 있다. '침묵'하지 않을 경우 집안의 수치라는 생각이 더 지배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카자흐 서부도시 악토베에 거주하는 피해자는 호소문에서 "정부가 나를 보호해줄 것을 믿었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겪었던 수모와 도덕적 폭력으로 인한 굴욕은 또 다른 겁탈과 다를 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용의자들을 지지하는 그룹, 법원 및 수사 과정에서의 압력도 견뎌내야 했다. 여러분 중 누구도 다시는 이런 경험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성폭행 피해 공개호소의 이유를 설명했다.
사건은 지난해 9월 26일 수도와 악토베 간 '탈고' 야간열차에서 발생했다. 열차 차장 한명이 침대칸에 잠을 자던 피해 여성을 겁탈하기 시작했고 이후 다른 차장이 윤간했다고 알려졌다.
이 사건의 재판은 여러 번 연기되다 지난달 26일에서야 두 명의 차장에 대해 각각 2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카자흐스탄 등 구소련권 열차는 대부분 침대 차량으로 야간에 운행되고 있다. 각 차량에는 차장이 한 명씩 배치돼 있다.
침대칸은 2인실 혹은 4인실이다. 침대칸의 잠금장치는 외부에서 열기 쉬워 혼자 여행하는 외국인 여성은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keiflaz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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