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생명윤리법안 국무회의 의결…2013년 동성결혼 합법화 후속 조치
보수진영 "아빠 없는 아이들 더 많아질 것" 집회 예고…인권단체 "평등 조치" 환영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독신 여성이나 레즈비언(여성동성애자)들도 체외수정 등 난임·불임 시술을 허용하기로 했다.
2013년 동성 결혼 합법화 이후 체외수정(IVF)을 레즈비언 커플이나 싱글 여성에게도 허용하고 공공의료보험 혜택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자 이를 전격 수용한 것이다.
5일(현지시간)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프랑스 보건부, 법무부, 교육부는 공동으로 생명윤리법안의 초안을 마련해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우선 난임·불임 커플이 받을 수 있는 체외수정(IVF) 시술의 대상에 독신 여성이나 여성 동성애 커플을 포함하기로 했다.
현행 의료법상 프랑스에서는 IVF 시술 대상을 남녀간 이성 커플에 한정하고 있다.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가운데 레즈비언 커플과 싱글 여성에게도 IVF 시술을 허용하는 나라는 18개국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에서 임신을 원하는 독신 여성이나 레즈비언 커플은 이웃 나라인 스페인이나 벨기에까지 가서 회당 수천 유로(수백만원 상당)에 이르는 비용을 치르고 IVF 시술을 받는 일이 많았다.
프랑스 정부는 이미 2013년 프랑스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만큼 IVF 대상 확대와 공공의료보험 적용을 가로막을 근거가 없다고 보고 시대변화에 따르기로 했다.
법안에는 또 기증된 제3의 남성의 정자로 태어난 아이들의 경우 만 18세가 됐을 때 희망자에 한해 기증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담았다. 여기에는 정자 제공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지금까지는 프랑스에서는 정자 기증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이유로 누구인지 신원을 알 수 없었다.
이번 조치들에 대해 동성애자 인권단체 등은 환호하고 보수 진영은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 게이·레즈비언미래부모협회는 성명을 내고 "성 정체성과 상관없이 프랑스의 여성 국민을 위한 양성평등의 조치"라며 환영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가 법안을 마련했지만, 아직 법제화된 것은 아니다. 이 법안은 여름 바캉스 시즌이 끝나고 다음 달부터 열리는 의회 심의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 간 격렬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하원은 중도성향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가 과반을 장악하고 있지만, 상원은 우파인 공화당이 다수당이라 정부법안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가톨릭 보수 성향의 단체 등 20개 NGO는 정부의 법안 마련 소식에 "아빠 없이 자라는 아이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의회 논의 시점인 10월에 대규모 반대 집회를 잇달아 조직하겠다고 밝혔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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