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다이허 간 시진핑, 홍콩 사태·미중 갈등 격화에 '곤혹'

입력 2019-08-06 10:15  

베이다이허 간 시진핑, 홍콩 사태·미중 갈등 격화에 '곤혹'
베이다이허회의 개막 속 홍콩시위 격화에 환율조작국 지정 겹쳐
미국의 INF 탈퇴 뒤 아시아 미사일 배치 위협에 中 안보불안 확산
중국 관영 매체, '시진핑 상반기 업적' 부각하며 측면지원 분주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중국의 전·현직 지도부가 중국 중대 현안의 방향과 노선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개막한 가운데 홍콩 사태와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집권 2기를 맞아 헌법까지 바꿔가며 장기 집권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으나 대내외 악재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면서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6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최근 인민일보(人民日報) 등 관영 매체의 공식 행사 보도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는 베이다이허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베이다이허 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시진핑 주석이 경제와 안보, 외교 면에서 대내외적으로 큰 도전을 받고 있다는 점은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등 원로 세력을 누르고 향후 자신의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게 힘들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홍콩에는 지난 주말에 이어 5일에도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면서 지하철과 항공편 운행이 취소되는 등 교통 대란이 벌어지고 총파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중국의 상징인 오성홍기가 지난 3일에 이어 5일에도 또다시 시위대에 의해 바다에 버려지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중국 내부에서는 시진핑 지도부가 홍콩의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을 너무 무리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홍콩 사태에 대해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강력히 압박하고 있어 중국으로선 사면초가에 처한 상황이 됐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동안 아껴왔던 '중국 환율조작국' 카드를 공교롭게도 베이다이허 회의에 맞춰 전격적으로 내민 점도 시진핑 주석에게는 적지 않는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중국 위안화의 환율이 11년만에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해 그 가치가 하락한 것과 관련해 "환율 조작"으로 규정하면서 "중대한 위반"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미 재무부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지속한 미·중 무역전쟁으로 경기 둔화 신호가 뚜렷해져 올해 대규모 재정 투입과 감세 등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는데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재정, 금융 분야 타격마저 커지면서 경기 하강 속도가 빨라질 우려가 있다.
또한,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한 데는 중국이 미국의 추가 관세 위협에 맞서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금지한 데 대한 보복 조치 성격도 있지만, 미국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폐기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미·중 패권 경쟁에서 중국을 억누르는 성격도 담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INF 탈퇴 하루 만에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하고 싶다고 밝혀 한국과 일본 등에 미사일 배치를 통해 중국을 정조준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
중국은 3년 전 한국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해 강력히 반발하며 한중 갈등까지 불사했던 터라 미국의 동아시아 미사일 배치 위협은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군사적 초긴장 상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미국이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대만에 2조6천억원대 무기 판매를 승인하면서 위협하는 것도 또한 시진핑 주석에게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중국은 8월부터 대만 개인 여행을 일시 중단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대만을 압박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시진핑 주석의 입지가 좁아지자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들은 시 주석이 올해 상반기 해외순방을 통해 세계 무대에서 중국의 대국 이미지를 부각했다고 찬사를 보내며 '응원'에 나섰다.
이들 매체는 올해 상반기 5차례 해외 순방에 나섰고 100여차례 양자 및 다국 행사에 참석해 신형 국제 관계와 인류 운명공동체 구축, 중국 특색의 대국 외교를 통해 책임 있는 대국의 능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미국이 베이다이허 기간에 집중적으로 대중국 압박 카드를 쏟아내는 것은 시진핑 주석을 겨냥한 것"이라면서 "시진핑 주석으로선 홍콩, 대만 문제에 미국과 군사, 경제, 외교 갈등 그리고 중국 경제 악화 등 산적한 난제를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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