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재·부품·장비 핵심기술지정…글로벌업체 육성해야"

입력 2019-08-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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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재·부품·장비 핵심기술지정…글로벌업체 육성해야"
박재근 반도체기술학회장 "백색국가 배제 데미지, 일본업체에 돌아간다"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일본 정부가 7일 우리나라를 수출 심사 간소화 우대국 명단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함에 따라 이달 말부터 일본 제품의 대(對)한국 수출 절차가 강화될 예정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소재와 부품·장비를 일본에서 절반 이상 수입하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서는 지금이라도 일본 의존도를 해소할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이날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보호무역주의가 앞으로 더욱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런 현상을 인식하고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의 수입국 다변화를 추진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이 분야 글로벌 기업이 나올 수 있게 장기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가 핵심 소재·부품·장비를 목록화하고 이런 품목을 관련 법으로 지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에 위배되는지는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클린룸을 빌려 반도체 연구를 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구축, 5년간 1천억원을 들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테스트베드 운영은 비영리법인이 맡고 기업 엔지니어를 이 시설에 파견하고 테스트베드에서 일정 기준을 만족하는 제품이 나오면 기업이 이를 일정량 구입하게 하는 것도 활성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그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 R&D를 범국가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대학교수와 정부 출연연구기관 연구원이 기업 R&D 센터에 파견돼 일할 수 있게 길을 열어두고, R&D 사업을 기획할 때 기업이 참여토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현재 반도체 분야 정부 R&D 규모는 감소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도체 분야 R&D 사업 지원 예산을 보면 2009년 1천3억2천400만원에서 2017년 314억1천700만원 수준으로 삭감됐다. 석·박사 인력도 줄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2008년에는 이 분야에서 석사 65명, 박사 38명이 나왔지만 2013년에는 석·박사 각각 20명씩, 2016년에는 석사 4명, 박사 19명이 졸업하는 데 그쳤다.
박 회장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IT 분야의 세계밸류체인(value chain)이 붕괴하며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가 영향을 받았다. 당시 우리가 '가마우지 경제'임을 인식했지만,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자 더는 국산화가 추진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박 회장은 "지난 35년간 반도체 업계가 많은 위기를 겪어왔고 그때마다 기업과 과학기술계가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봤다"며 "시간의 문제지만 이번에도 분명 극복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낙관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백색국가 배제 조치로 인한 데미지는 결국 일본 업체에 돌아간다"며 "우리가 소재를 국산화하거나 (구매업체를) 다변화하게 되면 일본 소재업체의 매출이 급감하게 된다. 또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회사의 생산량이 감소하면 일본 IT 업계의 반도체 칩과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등 3개 단체가 일본의 수출규제 및 백색국가 배제 조치로 인한 난관을 극복할 과학기술 및 산업역량 강화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했다.
s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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