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협상 기선제압 나선 트럼프…"韓, 훨씬 더 내기로 했다"

입력 2019-08-07 23:53   수정 2019-08-08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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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협상 기선제압 나선 트럼프…"韓, 훨씬 더 내기로 했다"
에스퍼 국방 방한 앞서 韓 분담금 대폭 증액 기정사실화하며 지원사격
재선용 치적 확보 노림수 관측…총격참사 대응 시선집중 속 분산 의도도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매우 부유한 나라로 칭하며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부담하는 데 합의했다고 주장한 것은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있어 기선제압을 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정경두 국방장관과 9일 서울에서 회담할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을 지원사격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총격참사 수습에 집중된 미 국내 여론의 시선을 자신이 치적으로 삼아온 방위비 인상 분야로 돌리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오전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으로 트윗을 시작했다.
그는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에 상당히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운을 뗐다.
트럼프 "한국, 방위비 훨씬 더많이 내기로 합의"…인상 압박 / 연합뉴스 (Yonhapnews)
한국이 수십년간 미국에 거의 돈을 내지 않았지만 자신의 요청으로 9억9천만 달러까지 분담금을 올렸다고도 했다. 또 증액을 위한 협상이 시작됐고 한국이 매우 부유한 국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도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받은 게 사실상 없다고 특유의 과장화법을 쓰며 "한국과 나는 그들(한국)이 훨씬 더 많은 돈을 내는 합의를 했다"고 재차 말했다.
조만간 본격화할 예정인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개시'로 기정사실화하고 한국이 상당한 증액을 약속한 것처럼 못 박은 셈이다.
9일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선제 트윗'으로 기선제압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배치를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차원으로 부각하며 한국이 미국에 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식의 논리로 한국의 분담금 인상을 정당화했다.
주한미군이 중국의 견제를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에 있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이런 부분에 대한 언급 없이 한국의 분담금 인상만 압박한 것이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관철해 재선가도에 치적으로 삼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을 통한 분담금 인상을 성과로 부각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은 지난 주말 텍사스주 엘패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30여명의 사망자를 낸 총격참사로 여론의 시선이 당국의 대응에 집중되는 가운데 성과를 기대하는 분야로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에도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들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하겠다며 한국도 언급한 바 있다. '한국은 매우 부유한 나라'라는 인식에 따라 각 분야에서의 추가 부담을 노골화하는 셈이다.
한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대적인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은 올해 적용되는 협정이 체결됐을 때부터 예상돼 왔다. 미국은 당시 통상 3∼5년 단위로 체결되는 협정 유효기간을 1년으로 하자고 고집, 내년 이후에 적용될 협정 체결 과정에서의 증액 압박을 예고했다.
외교부는 일단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면서 "한국과 미국은 지난달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방한을 계기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방위비 분담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볼턴 보좌관 역시 방한 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인상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실제로 양국 간 협상이 개시되면 험로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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