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국방부·주터키 미국 대사관 공동 성명 발표
터키 내 공동운영센터 설립…'평화통로' 마련에 동의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미국과 터키가 쿠르드족이 장악한 시리아 북동부와 터키 국경 사이에 안전지대를 설치하는 데 전격 합의했다.
터키 국방부와 주터키 미국대사관은 7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양측은 가능한 한 일찍 안전지대 설치를 조정·관리하기 위한 공동운영센터를 터키 내에 설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안전지대가 '평화 통로'가 돼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며 "이는 터키 내 시리아 난민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성명에 안전지대의 규모와 정확한 관리 주체 등 세부사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터키 국방부는 이날 안전지대와 관련한 핵심 사항이 최종 결정됐으며, 터키의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부사항들이 논의됐다고 밝혔다.
미국과 터키의 군사 관계자들은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시리아 안전지대 문제를 논의했다.
양측이 전날까지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대립각을 세운 터라 이날 합의를 두고 '전격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터키는 안전지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유프라테스강을 넘어 쿠르드족이 장악한 시리아 북동부로 진격하겠다며 미국을 압박해 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그간 "유프라테스 동쪽에 진입할 것"이라거나 "시리아에서의 대테러 작전이 곧 다른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며 쿠르드 격퇴전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훌루시 아카르 터키 국방부 장관도 지난달 말 육·해·공군사령관을 소집해 수뇌부 회의를 열고 시리아 북동부 진격 작전을 검토하는 등 곧 군사행동에 돌입할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전날 "미국이 지원하는 세력에 대한 군사행동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터키의 시리아 진격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에스퍼 장관이 언급한 '미국이 지원하는 세력'은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를 뜻한다.
쿠르드족은 2011년 시리아 내전 이후 정부군이 떠난 북동부를 장악하고 민병대를 조직해 사실상의 자치를 누렸다.
시리아와 이라크를 본거지로 이슬람국가(IS)가 발호하자 쿠르드 민병대는 미국과 손을 잡고 IS 격퇴전의 최전선에 섰다.
이후 쿠르드 민병대는 미국의 동맹 세력으로 입지를 다졌지만, 터키는 이들을 자국 내 분리주의 테러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분파로 보고 척결대상으로 여겨왔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연말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할 뜻을 밝히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로 진격해 YPG를 공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국제사회에서 터키가 시리아 북동부에 진입할 경우 대규모 유혈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터키와 시리아 북동부 사이에 안전지대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터키도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큰 틀에서 동의하고 안전지대 설치안을 논의했으나 양측은 전날까지 안전지대의 규모와 관리 주체 등을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