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정치권 강력 반발로 하급법원 결정 번복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부패 혐의로 수감 중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을 남부 쿠리치바 연방경찰에서 상파울루에 있는 교도소로 이감하라는 하급법원의 결정이 연방대법원에서 취소됐다.
연방대법원은 7일 오후(현지시간) 대법관 11명이 모두 참석한 전체회의에서 10 대 1의 압도적인 의견으로 룰라 이감 결정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룰라 전 대통령은 쿠리치바 연방경찰에 계속 머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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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남부 파라나 주 연방법원의 카롤리나 레보스 판사는 이날 오전 룰라 전 대통령을 쿠리치바 연방경찰에서 상파울루로 이감하라고 결정했다.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형 집행을 담당하는 레보스 판사는 연방경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런 결정을 내렸다.
이어 상파울루 연방법원 판사는 룰라 전 대통령 이감 장소를 상파울루 내륙지역에 있는 트레멩베 교도소로 정했다. 상파울루 시에서 150㎞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트레멩베 교도소는 유명인들이 많이 수감된 곳이다.
그러나 룰라 전 대통령 측 변호인들은 최종심으로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트레멩베 교도소로 이감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력하게 항의해 연방대법원의 중지 명령을 끌어냈다.
또 좌파와 중도 성향의 연방 상·하원 의원 60여 명이 지아스 토폴리 연방대법원장에게 이감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며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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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돈세탁 등 혐의로 지난해 1월 2심 재판에서 12년 1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며 같은 해 4월 7일부터 쿠리치바 시내 연방경찰에 수감됐다.
룰라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부패 수사 담당 판사와 검사의 담합 의혹이 제기된 것을 계기로 지난 6월 대법원에 석방을 청원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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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중남미 좌파 정치인들은 지난달 중순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 모여 진보그룹을 결성하고 룰라 전 대통령 수감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중남미에서 빈곤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고 이를 물리친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면서 룰라 전 대통령 수감을 두고 "범죄적 음모가 개입됐으며 적법한 절차를 조직적으로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초에는 아르헨티나의 좌파 대선후보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가 룰라 전 대통령을 면담했다.
과거 좌파 정권에서 수석장관을 지냈고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 법학교수(형법)이기도 한 페르난데스는 룰라 전 대통령을 수감한 조치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룰라와 앞으로도 긴밀한 연대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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