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비니, 콘테 총리와 긴급 회동…비협조적 장관 교체 요구
연정 이끄는 살비니-디 마이오 부총리 오늘 담판 가능성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연립정부 내분이 격화하는 가운데 극우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10월 총선'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나섰다.
작년 6월 출범한 연정이 1년 2개월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분석이다.
8일(현지시간) ANSA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살비니 부총리는 전날 저녁 로마 시내에 있는 총리 집무실 '키지궁'에서 주세페 콘테 총리와 긴급 회동했다.
상원이 리옹-토리노 간 고속철도(TAV) 건설 사업 관련 발의안 표결을 치른 직후다.
상원은 표결에서 TAV 사업을 지지하는 발의안을 가결했다. 하지만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이 이끄는, 연정의 한 축인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동맹과의 대립이 한층 심화했다.
두 수뇌부의 회동은 TAV 표결 뒤 정계 안팎에서 '연정 붕괴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살비니 부총리는 회동에서 내각을 쇄신하고 자신의 정책에 호응해달라고 요구하면서 12일까지 이에 대한 답을 달라고 못 박았다. 사실상의 최후통첩으로 해석됐다.
그는 구체적으로 TAV에 반기를 든 다닐로 토니넬리 교통부 장관, 감세 정책에 미온적인 조반니 트리아 재무장관 등 동맹의 정책에 비협조적인 몇몇 장관들을 콕 집어 퇴출을 요구했다고 ANSA통신은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오는 10월께 다시 총선이 열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정 붕괴와 조기 총선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콘테 총리가 어떤 답변을 했는지는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당시 회동 분위기는 상당히 무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맹 내부에서는 10월 6일이나 13일 등 구체적인 총선 일정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살비니 부총리는 회동 직후 로마 남부에 있는 사바우디나에서 대규모 지지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당 집회에서도 "최근 몇 달 간 무언가가 완전히 망가졌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결혼 생활처럼 사랑을 나누는 것보다 서로 싸우고 모욕적인 말을 주고받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면 서로의 눈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어른다운 결정을 하는 게 낫다. 그 결정은 앞으로 수 시간 내에 내려질 수도 있다"며 사실상 연정 붕괴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한편, 살비니 부총리와 디 마이오 부총리는 이날 예정된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한 채 연정의 미래를 놓고 '장고 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콘테 총리도 오전 11시 키지궁에서 개최하기로 한 기자회견을 연기했다.
이런 가운데 ANSA통신은 살비니-디 마이오 두 부총리가 이날 마주 앉아 담판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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