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홍콩시위 주도자와의 만남 사진 언론에 공개되자 발끈
中정부, 홍콩 주재 美총영사관 관원 초치해 '엄정 교섭' 제기
(워싱턴·베이징=연합뉴스) 류지복 심재훈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무역·환율 전쟁에 더해 홍콩 시위사태를 놓고 갈등의 골을 깊게 파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이 미국 영사가 홍콩 시위 주도자들과 만나는 사진을 공개하며 홍콩 시위 '미국 배후설'을 본격적으로 제기하자, 미국은 중국을 '폭력배 정권'이라고 비난했고, 이에 중국이 미국 관원을 초치해 항의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최근 홍콩시위 주도자들과 미국 영사가 만나는 장면이 포착된 사진이 언론에 공개된 것과 관련해 중국을 겨냥해 '폭력배 정권'이라고 맹비난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외교관의 개인 정보와 사진, 자녀의 이름을 누설하는 것, 나는 그것이 정상적 항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것은 폭력배 정권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그것은 책임 있는 국가가 행동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중국 매체들은 2014년 홍콩 민주화 요구 시위인 '우산혁명'의 선두에 섰던 조슈아 웡(黃之鋒) 등 야당인 데모시스토당 지도부, 홍콩대학 학생회 관계자들이 지난 6일 홍콩의 한 호텔 로비에서 한 외국 여성과 만나는 사진을 보도했다.
조슈아 웡은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홍콩 주재 미국 영사와 만났다고 밝혔고, 중국의 한 매체는 이 여성의 실명·얼굴 사진과 함께 주홍콩 미국 총영사관 정치부문 주요 책임자라고 신원을 공개했다.
이에 홍콩 주재 중국 외교부 사무소는 홍콩의 미국 총영사관 고위급 관원을 초치해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으며 강력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에 이어 미국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특정 사안에 대해 외교 경로로 항의한 경우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는 표현을 쓴다.
홍콩 주재 중국 외교부 사무소 관계자는 "국가의 주권과 안전,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지키려는 중국의 의지는 확고하다"면서 "중국은 그 어떤 국가나 조직, 개인이 그 어떤 방식으로든 홍콩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 관원이 국제법과 국제 관계 기본 준칙, 영사의 신분과 직책을 지켜 즉각 홍콩에 분란을 일으키는 분자들과 선을 긋기 바란다"면서 "아울러 위법 폭력분자들에 그릇된 신호를 주는 것을 멈추고 홍콩 문제에 개입을 중단해 잘못된 길에서 더 멀리 가지 않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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