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콜로라도대 연구진, 광(光) 치료 메커니즘 규명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햇빛이 심혈관 질환 예방과 인체의 생리작용 제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일조량이 적은 겨울철에는 미국의 모든 주(states)에서 심근경색 환자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여러 건 발표됐다. 이런 현상은 하와이,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같이 일조량이 풍부한 주에서도 대동소이하다. 과학자들은 이를 놓고, 햇빛이 비치는 기간보다 햇빛의 강도가 더 중요하다는 걸 시사한다고 말한다.
햇빛이 실제로 심혈관 건강을 보호하는 메커니즘을 미국 콜로라도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강한 햇빛을 쬐면 혈관 건강을 증진하고 심장마비를 예방하는 데 작용하는 특정 유전자가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이 발견은, 심혈관 질환 환자 등에 대한 광 치료법(light therapy) 적용과 이 원리를 이용한 치료 약 개발 등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콜로라도대 의대의 토비아스 에클 마취학 교수팀은 관련 연구보고서를 저널 '셀 리포츠(Cell Reports)에 최근 발표했다. 대학 측은 8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연구 개요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먼저 생쥐 실험을 통해 이런 메커니즘을 확인했다.
강한 햇빛을 받는 환경에 한 주 동안 생쥐를 두었더니 심근의 상처를 막는 능력이 강해지고, 심장마비로 생긴 심근 조직의 손상 부위가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이어 강한 빛으로 생쥐의 PER2 유전자를 조정할 수 있는지 실험했다. PER2는 뇌의 일부 부위에서 발현해 생체리듬 제어에 관여한다.
그 결과, 강한 햇빛으로 이 유전자의 활성도를 높이면, 산소 부족으로 생기는 심근허혈 같은 질환으로부터 심혈관 조직을 보호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햇빛이, 혈류 제어 작용을 하는 심장 아데노신의 농도를 높인다는 것도 확인됐다.
반면 앞을 못 보는 생쥐는 햇빛을 받아도 이런 효과가 생기지 않았다. 이는 시각적으로 빛을 감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걸 암시한다.
다음 단계로 과학자들은 인간에 대해 실험했다.
건강한 지원자들을 모집해, 닷새 동안 하루 30분씩 강한 햇빛을 쬐게 한 뒤 혈액 샘플을 분석했다. 한 사람당 일조량은 1만lx(럭스) 정도였다.
이런 방식의 광 치료는 생쥐에 썼을 때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뇌에서도 PER2 유전자의 발현도를 높였다. 햇빛을 쬐면, 인슐린 민감성과 당질 대사 활성도를 보여주는 혈장 중성지방( Plasma triglycerides)이 크게 줄고, 전반적인 신진대사가 개선됐다.
보고서의 수석저자인 에클 교수는 "수술 전 환자에게 1주일 정도 광 치료를 하면 심근 보호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유사한 효과를 내는 치료 약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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