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탐바예프 前키르기스 대통령 체포 뒤 구속 수감…"부패 혐의"

입력 2019-08-09 18:07  

아탐바예프 前키르기스 대통령 체포 뒤 구속 수감…"부패 혐의"
"체포 과정서 약 100명 부상, 1명 사망"…현 대통령과의 불화가 발단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중앙아시아 국가 키르기스스탄에서 부패 혐의를 받는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전(前) 대통령이 결국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됐다.
아탐바예프 전 대통령의 변호사는 9일(현지시간) 타스 통신에 "그가 부패 혐의로 26일까지 구속기한으로 구치소에 수감됐다"고 전했다.
아탐바예프는 전날 수도 비슈케크 인근의 자택에서 보안 당국에 체포된 뒤 보안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에서 6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곧이어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 당국 산하 특수부대원들과 경찰은 전날 수도 비슈케크 인근 고이-타슈 마을의 아탐바예프 자택에서 이틀간의 무력 작전 끝에 간신히 그를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당국의 체포 작전 과정에서 아탐바예프 지지자들의 강력한 저항으로 양측 간에 무력 충돌이 벌어졌으며 이로 인해 약 100명이 부상하고 특수부대원 1명이 숨졌다.
아탐바예프 체포 뒤 지지자들은 8일 늦은 저녁부터 비슈케크 시내 중앙광장에 모여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현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며 저항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강제 해산됐다.
현지 경찰은 약 1천500명의 아탐바예프 지지자들이 9일 새벽까지 비슈케크 시내에서 의회 건물 진입을 시도하는 등 난동을 벌여 그 가운데 4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아탐바예프는 지난 2013년 발생한 범죄조직 두목 불법 석방 사건과 관련한 수사당국의 증인 출석 요구를 세 차례나 거부하다 체포돼 수감됐다.
그는 범죄조직 두목 불법 석방 사건 개입 외에 수도 비슈케크 열병합발전소 현대화 사업 관련 부정, 불법 토지 획득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현지 수사당국은 밝혔다.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그는 종신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키르기스스탄 의회는 앞서 지난 6월 27일 아탐바예프의 면책특권과 전직 대통령 직위를 박탈하기로 결의했다.
전문가들은 아탐바예프에 대한 수사가 그와 제엔베코프 대통령 간 불화에서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아탐바예프는 지난 2011~2017년 대통령으로 재임하고 스스로 물러나면서 제엔베코프를 대선 후보로 추천했고 뒤이어 2017년 10월 치러진 대선에서 그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당선시켰다.
하지만 이후 정부 구성 문제 등에서 두 지도자 간에 불화가 생겼고 제엔베코프는 2018년 4월 초부터 보안 부처와 검찰 등에서 아탐바예프의 측근들을 몰아내는 등 '홀로서기'에 나섰다.
전 정권 총리 2명 등 아탐바예프 측근들을 체포하기도 했다.
제엔베코프는 5월에는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도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령에 서명했고 이후 아탐바예프에 대한 부패 혐의가 제기됐다.
아탐바예프는 의회의 면책 특권 박탈 뒤에도 수사당국의 소환 요구에 불응하며 버텼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BBC 방송 러시아어 인터넷판에 따르면 아탐바예프는 자신의 근거지인 키르기스 북부 지역 주민들로부터만 전폭적 지지를 얻고 있을 뿐 현 정부나 권력기관 내에 지지 기반을 갖고 있지 못하다.
키르기스스탄을 옛 소련권 경제, 안보 연합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받아들인 러시아도 키르기스 내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있다.
아탐바예프는 자신에 대한 현 정권의 압박이 심해질 무렵 모스크바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으나 푸틴은 그에 대해 명확한 지지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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