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서 정부군-분리주의 세력 충돌…'내전속 내전' 조짐

입력 2019-08-09 20:18  

예멘서 정부군-분리주의 세력 충돌…'내전속 내전' 조짐
사우디-UAE, 내전 이후 패권 대리전 해석
남부 분리주의 세력 활동 본격화할 듯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예멘 남부 항구도시 아덴에서 7, 8일(현지시간) 이틀 연속 정부군과 남부 분리주의 무장조직의 무력 충돌이 벌어졌다고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안보 벨트'라고 알려진 남부 분리주의 무장조직은 아덴의 대통령궁을 경비하는 정부군을 공격하는 등 아덴 시내 곳곳에서 시가전이 벌어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현지 목격자들이 전했다.
대통령궁은 사실상 빈 건물이지만, 이 곳은 아덴 시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군사적으로 유리한 고지다. 안보 벨트 대원들은 옛 남예멘 깃발을 앞세우고 정부군과 전투했다.
아덴은 2014년 9월 예멘 반군이 수도 사나를 점령하자 예멘 정부가 임시 수도로 삼은 남단 항구도시다.
현재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 등 내각은 사우디아라비아로 피신 중이다.
예멘 내전의 구도는 크게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와 친이란 반군의 전쟁이다.
그러나 그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우디와 UAE가 예멘 내전 발발 전 대립하던 세력을 각각 지원하면서 생긴 갈등도 커지고 있다.
사우디는 정부군을, UAE는 남부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한다. 남부 분리주의 세력은 1990년 남북 예멘이 통일한 뒤 북부의 기득권 장악과 남부 소외 등을 이유로 꾸준히 아덴을 중심으로 한 남부 자치정부 수립을 추구했다.
반군을 상대로 한 전선에서 정부군과 남부 분리주의 세력은 아군이지만, 아덴에서는 불화가 종종 생겨 2017년 말에는 이들의 반목이 무장 충돌로 확전한 적도 있다.
예멘 정부는 반군에 맞서긴 하지만 동시에 반정부 성향의 남부 분리주의 무장조직과 정치인을 UAE가 지원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라고 종종 항의했다.


이들의 충돌은 후원국인 사우디와 UAE의 미묘한 갈등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사우디와 UAE가 중동 친미, 수니 아랍권을 대표하는 우방이지만 예멘 내전 종전 이후의 주도권을 두고는 이해관계가 엇갈린다는 것이다.
여기엔 사우디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북아프리카, 예멘 등에 걸쳐 독자적인 자원, 군사적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UAE의 패권주의적 확장 정책이 원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예멘 내전에서 지상전을 담당한 UAE는 지난달 호데이다, 아덴 등 주요 지역에서 파병 병력을 감축하기 시작했다. 이는 이란의 위협이 커졌다고 판단한 UAE가 자국 방어를 위해 병력을 재배치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에 따라 예멘 전선에서는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온 UAE의 용병과 그간 UAE가 육성·지원했던 분리주의 무장조직의 역할이 더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UAE가 지원하는 현지 무장조직의 규모가 약 9만명 정도로 추산한다.
7, 8일 이어진 정부군(사우디 지원)과 남부 분리주의 세력(UAE 지원)의 교전은 지난 1일 분리주의 세력의 신병 훈련소를 겨냥한 반군의 탄도미사일 공격이 도화선이라고 할 수 있다.
분리주의 세력은 최소 40명이 사망한 이 공격을 정부군과 연계된 무장조직과 반군이 공모했다고 의심한다.
UAE의 철군과 분리주의 세력의 본격 활동이 맞물려 '내전 속 내전'의 조짐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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