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친서외교에 트럼프 긍정반응…머잖아 북미 실무협상 재개 청신호 관측
"김정은, 한미훈련 마음에 안들어해"…비용 거론하며 韓방위비증액 간접 압박
트럼프 "北시험 모두 단거리, 탄도미사일 없어"…한미당국 평가와는 배치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전날 친서를 받았다면서 "매우 아름다운 편지였다"고 밝혔다.
한미연합훈련 등을 겨냥해 잇단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섰던 김 위원장이 '친서외교'로 국면을 전환,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모색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돼 조만간 협상 재개가 성사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 문답을 통해 "김정은에게서 어제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 아주 긍정적인 서한이었다"면서 3쪽짜리 친서가 매우 아름답고 개인적인 내용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 위원장)는 그가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말했다. 그는 (미사일) 시험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김 위원장이 시험발사를 지시한 것인데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는 것이냐'라고 다시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시험이, 워게임(war games)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고 답했다. 미사일 시험발사로 착각해 말했다가 한미연합훈련으로 바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미뤄보면 김 위원장은 최근 네 차례 있었던 북한의 시험발사가 한미연합훈련에 대응해 이뤄진 것이며 미국을 압박하려는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매우 아름다운 서한'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여 판문점 회동으로 합의된 북미 간 실무협상 재개에 머지않아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지난 6월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하고 2∼3주내 재개를 전망했으나 북한의 잇단 미사일 시험발사 등과 맞물려 아직 협상 재개 시점은 발표되지 않았다.
그는 서한에 다음 회담에 대한 언급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또다른 만남을 가질 것으로 본다"고만 말했다. 실무협상 재개를 통해 북미가 진전을 이룰 경우 3차 북미정상회담도 가능할 것이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전하면서 "나도 (연합훈련이) 마음에 든 적이 없다. 왜냐면 돈을 내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비용을) 돌려받아야 하고 나는 한국에 그렇게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지만 커다란 테스트여서 (한미훈련을) 하라고 했다"면서 "다양한 영역을 한국에 넘기는 것이다. 그렇게 돼야 하는 것이라서 나는 그게 좋다"고 했다. 이번 한미훈련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초점을 맞춘 것임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미연합훈련을 비용 문제와 함께 거론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필요성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전 트윗에서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에 상당히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하며 대놓고 증액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비용 문제로 비판적 입장을 보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 한미연합훈련을 '워게임'으로 칭하며 "내가 (백악관에) 들어온 날부터 싫어했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답에서 "(북한의) 핵실험이 없었고 미사일 시험발사는 모두 단거리였다.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장거리 미사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최근 네 차례 시험발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게 한미 군 당국의 평가지만 단거리 미사일인 한 유엔 대북제재 위반인 탄도미사일이든 아니든 개의치 않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답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가 북한에서 인편으로 전달됐으며 북한에서 바로 백악관으로 친서가 전달되는 옛날식 시스템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고위당국자가 판문점 등지에서 친서를 받아왔을 가능성이 큰 가운데 북한 고위당국자가 미국을 방문했을 수도 있다. 2주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당국자가 비무장지대에서 북측 당국자를 만나 판문점 회동 사진을 전달한 바 있어 이번 친서는 그에 대한 답례 성격도 있어 보인다.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