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추산 6만명…2011년 이후 최대 규모
경찰, 야권 지도자 류보피 소볼 체포…유명 래퍼 등 연예인도 참여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4주째 공정선거를 촉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로이터·AFP 통신 등은 1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내에 수만 명의 시위대가 모여 공정선거를 촉구하며 정부를 비판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야권 지지자들은 러시아 선거 당국이 다음 달 8일 열리는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 유력 야권 인사들의 후보 등록을 거부한 것에 반발, 지난달 20일부터 주말마다 모스크바 시내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 참여자 수를 집계하는 '화이트 카운터'는 이날 시위에 6만 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시위 참여자 수를 2만명으로 추산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시위가 2011년 이후 가장 큰 정치 집회라고 전했다.
지난달 20일 열린 첫 시위에는 경찰 추산 1만2천명이 참여했고, 모스크바시 당국이 집회 허가를 내주지 않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시위에는 각각 3천500명과 1천500명이 참여했다.
시 당국은 이날 제한된 구역에서만 시위를 허가했으며, 경찰은 시위대가 허가 구역을 벗어날 것에 대비해 진압복을 착용한 채 시위대를 에워쌌다.
정치적 체포를 감시하는 민간단체 'OVD-인포'는 이날 모스크바에서 146명,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86명이 경찰에 연행됐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투표권을 달라', '거짓말은 충분히 했다'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손에 들었으며, 체포된 야권 지도자들의 사진을 든 시위 참여자도 눈에 띄었다.
러시아의 유명 연예인도 이날 시위에 참여했다.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래퍼 중 한 명인 '옥시미론'은 당국에 체포된 대학생 예고르 주코프의 얼굴이 인쇄된 티셔츠를 입고 집회에 나왔다.
또 다른 유명 래퍼 '페이스'는 무대에 올라 "선택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오늘 여기서 공연하겠다"고 말했다.
시위에 앞서 경찰은 단식 투쟁 중인 야권 지도자 류보피 소볼을 체포했다.
소볼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인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이끄는 반부패재단(FBK)의 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시위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 소볼의 사무실을 급습해 그녀를 체포한 경찰은 소볼과 그 동료들이 이날 집회에서 도발을 계획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소볼은 트위터에 "나는 시위에 참여할 수 없지만, 여러분은 내가 없어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앞서 러시아 선거 당국은 일부 무소속 후보들이 제출한 유권자 서명이 가짜이거나 사망자의 서명으로 드러났다며 후보 등록을 거부해 야권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러시아 선거법에 따르면 중앙 의회에 진출한 4개 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를 제외한 모든 무소속 후보는 시의회 선거 후보 등록을 위해 선거구 유권자 3%(약 5천명) 이상의 지지 서명을 받아야 한다.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이에 반발해 지난달 20일 공정선거를 촉구하는 시위를 주도했으며, 당국은 불법 시위 혐의로 지난달 24일 나발니에게 30일 구류 처분을 내렸다.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