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홍콩시위·무역갈등 격화에 '대미 강경론' 부상

입력 2019-08-12 11:10   수정 2019-08-1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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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홍콩시위·무역갈등 격화에 '대미 강경론' 부상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대미 강경파가 주도권 잡은 듯"
中정부, 연일 美 겨냥 홍콩·무역 문제 강한 불만 표명
中매체들 "홍콩에 美개입 확실"…'아편전쟁'까지 거론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홍콩 시위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점차 중국 정부에 반기를 드는 양상으로 변질하고 미·중 무역 갈등은 해결 기미 없이 커져만 가자 중국이 미국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며 강 대 강 대결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태세 전환은 중국의 전·현직 지도부가 중국 중대 현안의 해결 방향과 노선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한창인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중국 지도부 내에서 대미 강경파가 정국 주도권을 잡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2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는 이달 초 베이다이허 회의에 참석해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등 원로들과 만나 홍콩 문제,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회의 기간 홍콩 사태와 미·중 무역 문제가 복잡하게 꼬이자 중국 정부는 외교부나 관영 매체 등을 총동원해 미국에 대한 강력한 불만과 분노를 표출하고 미국의 자제를 거듭 촉구하면서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올해 초 미국과 원만한 무역 전쟁 타결을 위해 합의서 서명을 추진했으나 내부 강경파의 반발에 부딪혔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강력한 경제 압박을 가하면서 미·중 무역 전쟁이 재발해 갈등이 커지고 있다.
홍콩 사태 또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을 추진했다가 홍콩 시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막혀 유보했으나 시위가 갈수록 격화하자 중국이 그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면서 미·중 간 충돌의 요인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한 소식통은 "베이다이허 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연이은 홍콩 및 미·중 무역 갈등 악재는 시진핑 주석의 입지를 약하게 만들고 중국 지도부 내 강경파와 원로들에게 힘을 주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면서 "이는 향후 중국의 대미 입장이 강 대 강 대결 국면으로 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부터 기존 25%의 관세를 부과해온 중국산 제품 2천500억 달러 외에 추가로 3천억 달러의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했고, 중국은 중국 기업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중단 방침을 밝히며 정면으로 충돌한 상황이다.

또한 미국은 중국의 위안화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자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며 베이다이허 회의가 열리던 지난 5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하며 환율전쟁으로 비화한 형국이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한 데는 중국이 미국의 추가 관세 위협에 맞서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금지한 데 대한 보복 조치 성격도 있지만, 미국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폐기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미·중 패권 경쟁으로 확산한 국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 협상을 하고 있지만 합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서 9월로 예정된 양국 간 고위급 무역 협상 취소 가능성까지 언급해 중국 지도부에 강경파가 득세할 경우 미·중 대립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미국이 중국 화웨이(華爲)를 제재하며 중국을 압박하는 데 강력한 불만을 표하면서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대한 무리한 탄압과 제재를 중단하고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중국 기업을 대우하길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등 관영 매체들은 미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 등 대중국 경제 압박 조치를 강력히 성토하면서 중국은 미국의 극한 압박에 맞설 것이고 미국의 패권주의는 결국 실패할 것이라며 연일 비난을 퍼붓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관변 학자들을 동원해 "미국이 갈등을 격화시킴에 따라 무역전쟁이 환율 전쟁이 될 수 있다"면서 미·중 갈등으로 양자 간 피해가 커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홍콩 사태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는 외세 개입 때문에 폭력 시위가 발생하고 있다며 친 중국 성향 매체들을 통해 홍콩 주재 미국 영사가 홍콩 시위 주도자를 만난 사진을 공개하고 미국을 시위 배후 세력으로 지목하고 있다. 시위대와 중국정부가 맞서는 구도에서 미국과 중국이 홍콩 문제로 대결하는 것으로 국면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홍콩 주재 중국 외교부 사무소는 홍콩의 미국 총영사관 고위급 관원을 초치해 강력히 항의하면서 "위법 폭력분자들에 그릇된 신호를 주는 것을 멈추고 홍콩 문제에 개입을 중단해 잘못된 길에서 더 멀리 가지 않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경고했다.
인민일보는 중국은 아편전쟁 때와는 다르다며 미국과 영국에 개입을 중단하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인민일보가 올린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동영상에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미국 고위 인사들의 홍콩 관련 발언이나 홍콩의 반중(反中) 인사 회동 등이 홍콩 시위 장면과 나란히 담겨 홍콩 사태를 미·중 문제로 끌고 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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