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소송 원고 이춘식옹, 日 수출규제로 '고통스러운 시간'"

입력 2019-08-13 08:38   수정 2019-08-13 15:09

"징용소송 원고 이춘식옹, 日 수출규제로 '고통스러운 시간'"
교도통신, 원고 대리인 김세은 변호사 인용 보도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징용피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 확정판결을 받아낸 이춘식(95) 옹이 이를 빌미로 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힘들어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13일 이 소송 원고 측 대리인인 김세은 변호사를 인용해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에 대해 "나 때문에 (한국의)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게 돼 (마음에) 부담을 느낀다"는 심경을 이 옹이 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소송에서 이겨서 얻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려고 할 뿐인데, (일본 정부의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로) 이 할아버지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1941년 이와테(岩手)현 가마이시(釜石) 제철소에 동원된 이 옹은 2005년 다른 3명과 함께 이 제철소를 승계한 법인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1인당 1억원의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해 작년 10월 한국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 문제가 모두 해결된 만큼 이 판결은 국제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피고인 일본제철의 판결 이행을 막고 있다.
일본 정부는 또 대법원 판결에 한국 정부가 대응하지 않는 것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지난달부터 한국 기업의 일본 시장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소재 등 주요 품목의 수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김 변호사의 언급은 일본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원고 4명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 옹이 이런 상황이 조성된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면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교도통신에 "원고들은 징용 문제 전체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이 할아버지는 최근 '내가 살아있는 동안 해결돼 배상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김 변호사는 지난 10일 '야스쿠니 반대 도쿄 촛불행동' 주최로 도쿄 재일본 한국YMCA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대법원판결은 일본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해결 못 한 것을 제대로 얘기해 해결의 기회로 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은 한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라고 하는데, 지금 목소리를 내는 쪽은 한국 정부가 아니라 과거에 고통받고 지금은 늙은 사람들"이라며 "국가 간 약속 때문에 피해자 개인이 어떤 주장도 못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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