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바이든 말실수 빌미 삼아 "정상 아니다" 공격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76) 전 부통령이 잇단 말실수로 구설에 올랐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8일 아이오와주에서 아시아계와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가난한 아이들도 백인 아이들만큼 똑똑하고 재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논란을 의식한 듯 신속히 "부유한 아이들, 흑인 아이들, 아시아계 아이들"도 덧붙였지만, 인종주의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또 지난 4일에는 샌디에이고 인근에서 진행된 모금 행사에서 이달 초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텍사스주 엘패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턴을 "휴스턴과 미시간"이라고 잘못 말했다가 정정했다.
이틀 전인 10일에는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을 겪고 총기규제 활동가로 변모한 플로리다주의 고교생들에 대해 "이 아이들은 내가 부통령일 때 나를 만나러 온 적이 있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작년 2월 무차별 총격 사건이 발생한 뒤 해당 학교 학생들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때는 부통령직에서 물러난 지 1년이나 훨씬 지난 시점이었다.
이처럼 잦은 말실수는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과연 바이든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을 수 있는 후보인지 의문을 품게 한다고 더힐은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인 바이든 전 부통령은 본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었을 때 승리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점이 강점으로 부각돼 왔다.
그러나 경쟁 후보들이 고령이라는 약점을 파고 들어 세대 교체론을 내거는 상황에서 잦은 말실수는 그의 안정적인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로 인해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지율 2위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에게 역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던 트럼프 대통령도 말실수를 공격의 빌미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기자들을 만나 바이든 전 부통령의 '백인 아이들' 발언에 대해 "(그는) 정상이 아니다"라면서 "그는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지만, 만약 (후보로) 지명된다면 정말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측은 대단찮은 실수에 불과하고, 말실수를 할 때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즉각 발언을 정정했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말실수가 잦기로 유명했다는 점을 들어 대선 레이스에 큰 변수가 되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미 지지율에 리스크가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운동 전문가인 민주당 전략가 마이클 트루히요는 "이미 일반 국민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말실수가 잦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2020년 미 대선 출마를 결정했을 때, 간혹 본의 아니게 실언을 하는 그의 버릇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지난 7일 퀴니피액 대학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32%의 지지율로 민주당 대선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는 워런 의원(21%), 3위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14%)이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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