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당정 협의를 열어 예산안에 대해 논의한 결과 내년 예산을 확장적 기조로 편성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민주당의 요구수준은 530조원으로, 올해 대비 12.9% 늘어난 수치다. 민주당이 요구한 만큼 늘어나기는 쉽지 않겠지만 예산을 짜는 기획재정부도 9.5% 증액 정도는 생각하는 모양새다. 이 수준만 늘어도 내년 예산은 가히 '슈퍼예산'으로 부를만하다. 경기가 어렵고 특히 일본과의 분쟁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터여서 확장적 예산편성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예산은 곧 국민부담으로 돌아오는 데다 한번 방향을 잘못 정하면 돌이키기도 어려운 성격이 있어 세심한 분석과 전략이 따라야 한다.
민주당이 예산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요 이유는 경기 대응과 혁신성장 때문으로 알려졌다. 성장률과 일자리, 수출 등 주요 거시지표가 매우 안 좋게 나타나고 있어 재정을 풀어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논리를 반박하기는 어렵다. 우리 주력 제조업의 소재·부품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데만도 2조원 이상 필요할 수 있다. 올해 본예산이 469조6천억원이므로 내년에 두 자릿수 이상 늘릴 경우 516조원, 기획재정부가 생각하는 한도인 9.5%를 늘려도 514조원이 넘는다. 지금 계산대로라면 적어도 500조원은 넘을 공산이 크다.
정부 예산은 한 나라의 살림살이로 경제는 물론이고, 복지와 교육, 연구개발(R&D), 국방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준다. 각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이나 지자체, 저소득층에 대한 각종 지원도 정부 예산에서 나오기 때문에 지역구 예산에 민감한 정치와도 뗄 수 없는 관계다. 여당은 늘 예산을 많이 배정해서 쓰자고 주장하고, 야당에서는 예산이 여당에 유리하게 쓰이는 일이 빈번하다며 총액삭감론을 펴는 경우가 많다. 실무적으로 예산을 짜야 하는 정부 부처는 함부로 예산을 편성하면 재정운용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방어하는 자세를 취하곤 한다.
정부가 돈을 많이 풀면 이 돈이 마중물이 되어 기업이 활력을 갖는 데 도움이 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한 푼이라도 더 돈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경기침체나 하강기에 확장재정을 펴는 것은 교과서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재원이다. 예산은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데 세수는 앞으로 늘어나기가 쉽지 않다.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만들면서 밝힌 자료를 보면 올해 조세수입은 올해 예산과 비슷한 수준이며, 내년에는 세수가 수천억 원 감소할 전망이다. 예산으로 쓰는 규모만큼 돈이 안 들어온다는 뜻이다. 이 경우는 국채를 발행해 외부에서 돈을 끌어다 써야 한다. 자연히 재정적자가 심해지고 미래세대의 부담은 가중된다.
돈을 빌리더라도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경제가 좋아져 미래세대에 더 튼튼하고 안정된 살림살이를 물려줄 수 있다. 하지만 잘 못 써서 경제를 못 살리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돼버린다. 저소득층 복지의 경우 한번 늘리면 다음에 줄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저출산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지금 복지지출 구조를 가만 놔두어도 이 분야 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돼 있다. 인심 쓰듯 팍팍 쓰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미다. 슈퍼예산을 앞둔 정치권과 정부는 이 돈이 모두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졌음을 다시금 새기고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살림살이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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