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정상 G7 회의서 로드맵 선언추진…英 존슨 "美와 FTA, 어렵지만 달성할 것"
정식 FTA 타결 전 한시 적용…전문가 "정치적 합의 그칠 수도"
(런던·서울=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하채림 기자 = 미국과 영국이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예정일 다음 날부터 발효하는 양자 무역합의를 협의 중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13일(현지시간) 런던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0월 31일 브렉시트를 단행한 직후 효력이 발생하는 부분적 무역 합의를 양측이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영국을 방문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날 사지드 자비드 영국 재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이를 논의했다면서, 이 무역 합의는 모든 분야를 다루면서 (정식 무역협정 전) 6개월 정도 한시적으로 시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볼턴 보좌관은 리즈 트러스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과 면담에서 이달 말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이에 관한 로드맵을 공개하는 방안에 관해 의논했다고 전했다.
이틀 일정으로 전날 영국에 도착한 볼턴 보좌관은 존슨 총리에게 미국이 브렉시트를 전제로 영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신속히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양국 간 진행 중인 자유무역협정 협상에 속도를 내기 위해 좀 더 어려운 분야는 뒤로 남겨놓더라도 부문별로 순차적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뜻도 전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리즈 방문길에 스카이 뉴스에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쉽지 않겠지만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경험상 미국인들은 매우 터프한 협상가"라며 "매우 어려운 흥정이 되겠지만 우리는 이를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에는 우리가 무역을 개시할 필요가 있는 사업 기회가 모두 다 있다"면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서비스업을 포함한 기업들에 매우 큰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존슨 총리는 그러면서도 지금 당장은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현재 가장 필요하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가장 큰 단일 협정은 바로 바다 건너 우리 친구이자 파트너들과의 자유무역협정"이라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EU와 합의가 이뤄지든 그렇지 않든 오는 10월 31일 브렉시트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존슨 총리나 볼턴 보좌관의 긍정적 발언과 달리 전문가들은 양국 무역협정의 내실과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 견해를 보였다고 AP통신이 소개했다.
브뤼셀 소재 싱크탱크 '유럽정치경제센터'(ECIPE)의 영국 무역정책 연구팀장 데이비드 헤니그는 양국 간 항공자유화조약을 비롯해 부문별 무역 합의는 가능하겠지만 광범위한 정식 FTA를 체결할 당위성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이 폭넓은 시장개방을 원하는 농산물과 의약품 분야가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축산 분야 등에서 안전·윤리 규제가 영국보다 훨씬 느슨하기 때문이다.
영국은 또 국영 의료보험(NHS)에 제약업계가 개입하는 데 매우 부정적이다.
양국이 FTA를 추진한다면 영국 입장에서 미국에 내줘야 할 것은 많고 영국이 기대할 이익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볼턴 보좌관은 영국이 미국과 FTA를 체결할 '최우선 순위 후보'라고 치켜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과 FTA를 추진하는 나라 자체가 많지 않다.
이에 따라 브렉시트 직후 발효할 한시적 '부분 무역 합의'는 내실보다는 정치적 목적을 노린 명목상 합의가 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헤니그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 전에 성과를 원하고, 존슨 총리도 미국과 무역 합의를 원한다"면서 "따라서 두 정상이 11월 1일에 '무역 합의를 도출했다'고 발표하는 정도는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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