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소녀, 기후변화 심각성 알리려 소형요트로 대서양 횡단

입력 2019-08-14 10:28   수정 2019-08-14 17:14

16살 소녀, 기후변화 심각성 알리려 소형요트로 대서양 횡단
태양광 발전·수중터빈 설치된 소형 선박 이용…화장실·샤워·주방시설 없어
스웨덴 '환경지킴이' 툰베리 "기후 위기 공론화에 도움 될 것"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기후 변화 문제를 공론화해 지구촌의 '환경 지킴이'로 떠오른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지구촌이 직면한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화장실도 없는 소형요트로 북대서양을 건너는 2주간의 모험에 나선다.
로이터, AFP통신 등에 따르면 툰베리 일행을 태운 길이 60피트(약 18m)의 경주용 요트 '말리지아 2호'가 14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남서부의 해안 도시 플리머스에서 미국 뉴욕을 향해 돛을 올린다.


내달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인 툰베리는 항공기나 유람선 등 배기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교통수단으로 이동하는 것을 피하고자 친환경 요트로 대서양을 횡단하는 쪽을 택했다.
2015년 제작된 이 요트는 태양광 발전을 위한 패널과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전력을 생산하는 수중 터빈을 갖추고 있어 자동조타장치 등 선내에 장착된 설비를 구동하는 데 필요한 전기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샤워 시설이나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지 않아 승선자들은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용변은 배 안에 비치된 푸른색 양동이를 이용해 해결해야 한다.
끼니는 배 안의 유일한 화석연료 사용 도구인 소형 가스버너를 이용해 끓인 물을 부은 동결건조 식품으로 해결한다.

툰베리는 플리머스 항구에서 BBC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뱃멀미를 다소 할 것 같고, 항해가 편하지는 않겠지만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며 "비행기를 타지 않음으로써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기후 위기가 실제적인 사안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여정을 통해 지구가 처한 기후·환경 위기에 대한 정보를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며 "기후 변화 문제를 공론화해 사람들이 행동하게 하고, 힘을 가진 사람들에게 압력을 가해 그들이 무엇인가를 하는 것으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항해에서는 모나코 국왕 알베르 2세의 조카인 피에르 카시라기, 독일 선원인 보리스 헤어만이 요트를 번갈아 조종하면서 툰베리 일행을 뉴욕으로 인도한다.
헤어만은 "툰베리가 불편한 경주용 요트를 타고 항해하는 모험을 선택한 것은 환경에 대한 그의 결심이 얼마나 확고한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최대한 순조로운 항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요트는 시속 35노트(약 70㎞)로 항해가 가능하지만, 좀 더 편안한 여정이 될 수 있도록 평균 항해 속도는 평균 시속 10노트(약 20㎞) 정도로 맞춰질 예정이다. 폭풍을 피하기 위해 항해 경로도 평시보다 더 다소 길어질 것이라고 헤어만은 설명했다.
툰베리의 아버지와 대서양 횡단 여정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하는 역할을 할 카메라맨 등 총 5명이 여정을 함께 한다.
한편, 툰베리는 내달 뉴욕에서 유엔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한 후에는 저탄소 교통수단을 타고 칠레 산티아고로 이동, 12월에 열리는 기후변화 회의에 참석할 계획이다.
작년 8월 스웨덴 의사당 앞에서 기후 변화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첫 1인 시위를 시작해 국제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주인공인 그는 최근에는 1년간 아예 휴학하고,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환경 관련 회의나 행사에 참여해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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