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과 함께' 베를린 전철을…獨통일상징서 "역사왜곡 중단"

입력 2019-08-15 01:50  

'#소녀상과 함께' 베를린 전철을…獨통일상징서 "역사왜곡 중단"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기림일 행사…해시태그 운동 시작
독일 언론, 독일서 벌어진 일본의 소녀상 방해공작 보도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인 14일(현지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전철을 타고 '베를리너'(베를린 시민)들을 만났다.
베를린의 여성 예술가 전시관인 '게독'(GEDOK)에서 지난 2일부터 전시 중인 소녀상은 기림일을 맞아 하루 외출을 했다.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출품됐던 소녀상과 같이 김운성-김서경 작가의 작품이다.
소녀상은 이날 오후 독일 통일의 상징물인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열린 기림일 기념 행사장의 한 가운데 섰다.
한국 관련 시민단체인 코리아페어반트(Korea Verband) 회원들과 파독 간호사 출신 어르신들이 소녀상을 휠체어에 태워 전철을 통해 행사장으로 함께 이동했다.
이들은 전철에서 시민들에게 소녀상에 대한 설명자료를 나눠주며 소녀상의 의미를 알렸다.
시민들은 소녀상 주변에 서성거리는 등 관심을 보였다.
포츠다머플라츠 역에서 내린 소녀상은 도보로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거쳐 브란덴부르크문에 도착했다.
코리아페어반트는 성명에서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는 개인적이고 인권적인 차원에서 피해자들과 직접적인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면서 "반일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이 아니라, 책임을 기피하는 일본의 아베 정부에게 역사를 바로 보고 자국의 청년들에게 올바로 가르치는 것을 요구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또,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들과 함께 연대해 국가의 부당함을 겪었던 사람들의 인권을 요구한다"면서 "이 평화의 소녀상이 가까운 미래에 한일관계의 걸림돌이 아니라 평화를 상징하는 기념비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독일어로 '역사 왜곡 중단하라'는 푯말을 들어 브란덴부르크 문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베를린에서는 매년 빠지지 않고 코리아페어반트를 포함한 각종 한인 단체, 일본 여성이니셔티브, 국제 인권단체 등이 기림일 행사를 해왔다.


기림일 행사장에서는 소녀상과 함께 사진을 찍고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소녀상과 함께(#with you #mit dir)' 캠페인이 시작됐다.
행사를 지켜본 독일 여성인 에미나 흐루스티치(25)는 "독일 시민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친구들과 해시태그 운동을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아페어반트는 향후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독일 시민들을 상대로 해시태그 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소녀상은 오는 25일까지 게독에 전시된 후 코리아페어반트 사무실 내 마련된 전시관에 상설 전시된다.
앞서 주독 일본대사관은 게독 측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법적, 외교적으로 해결됐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사실상 철거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 참여자들은 소녀상을 다시 게독으로 옮기기 위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중, 주독 일본대사관 앞에 잠시 내려 묵언 속에서 일본대사관을 바라본 뒤 다시 이동하기로 했다.
일본대사관 측은 이번 행사를 예의주시한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페어반트 관계자는 "독일 경찰이 행사 신고자에게 전화를 걸어 '일본대사관 측이 대사관 앞에서도 행사를 할 것인지에 대해 물어왔다'면서 대사관 앞 행사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게독에서의 소녀상 전시에 대해 일본 측이 공문을 보낸 사실이 국내에 보도되면서, 독일 언론도 소녀상 전시에 대한 일본 측의 방해공작을 조명하는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독일의 유력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이날 라벤스브뤼크의 옛 나치 강제수용소 기념관(Ravensbruck Memorial)에 전시된 10㎝도 안 되는 '작은 소녀상'을 주독 일본대사관이 철거하도록 압박한 내용 등을 포함해 독일에서 벌어진 소녀상에 대한 일본 측의 '철거 압박' 사실을 자세히 보도했다.
또, 게독에 전시된 소녀상을 둘러싼 일본 측의 압박도 자세히 다루면서, 이날 브란덴부르크문에서 열린 위안부 기림일 행사에 대해서도 안내했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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